현대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이었던 성철 스님(1912~1993년)은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에 추대된 후 안거(安居) 때마다 7번씩의 법문을 했다.

안거의 시작과 끝인 결제일과 해제일,매달 보름과 말일에 선종의 전통 양식 그대로 법을 설했던 것.이 때 했던 성철 스님의 법문집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장경각)가 출간됐다.

성철 스님의 열반 14주기(11월4일)를 계기로 출간된 이 법문집은 성철 스님이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된 이듬해인 1982년 출간한 '본지풍광(本地風光)'을 새롭게 다듬은 책.'본지풍광'은 '선문정로(禪門正路)'와 함께 성철 스님이 스스로 "부처님께 밥 값 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책으로 선가의 대표적 화두 100개에 대한 해설서다.

하지만 '본지풍광'은 성철 스님 특유의 한문투 문장으로 인해 읽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는 한문투 문장을 구어체로 쉽게 풀어쓰고 '본지풍광'에 실리지 않고 녹취상태로만 남아있던 내용을 추가해 일반인들이 읽기 쉽도록 꾸몄다.

각 법문은 그날 전달할 핵심내용을 담은 수시(垂示),성철 스님이 제시하는 공안(公案ㆍ화두)인 본칙(本則),본칙에 대한 옛 스님들의 법문인 염,본칙에 대한 옛 스님들의 게송인 송(頌),본칙과 염과 송에 대한 성철 스님의 간단한 평인 착어(著語) 등으로 구성돼 있다.

원택 스님은 책의 후기에서 "성철 스님은 '화두는 암호밀령(暗號密令)'이라고 했으며 그것은 잠을 잘 때에도 화두를 놓지 않는 오매일여(寤寐一如)에 이르러서야,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해독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이 책에서 모든 알음알이를 끊고 부처님과 가섭,역대조사의 암호밀령을 깨치는 언하무심(言下無心)의 인연을 갖기 바란다"고 밝혔다.

496쪽,1만8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