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현직 최고위급 여럿"…검찰.법원 "공개하라"

특수부 검사와 삼성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 조성을 통한 각계 로비 의혹을 제기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떡값 검사' 등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법조계가 뒤숭숭하다.

그의 공언대로 고위급 검사나 법관, 유력 변호사들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다면 형사사법에 대한 신뢰도가 지난해 `법조 비리' 사건에 이어 또 한번 땅에 떨어질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그가 명단 공개를 계속 미뤄 법조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며 의혹이 아닌 실명과 증거를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 "떡값 법조인 누구누구" 무성 = "`떡값 검사'를 비롯한 법조인이 누구라더라"는 소문이 법조계에서 돌고 있다.

광주ㆍ고려대 출신 김 변호사(사시 25회)는 인천ㆍ대전ㆍ부산ㆍ서울지검 등에서 근무하다 1997년 삼성전자 법무팀장으로 옮긴 뒤 2002~2004년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냈다.

따라서 그가 검사 재직 때 함께 근무했거나 학연ㆍ지연 등으로 엮인 인사들이 로비 대상이 됐을 것이라는 추정에 따라 이 범주에 들어가는 인사들이 우선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 변호사는 5일 "삼성이 검사 수십명을 관리했고 계열사가 조성한 비자금으로 1년에 3차례 500만원에서 수천만원씩, 경우에 따라 수억원을 줬으며 현직 최고위급도 여럿 있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뒤 명단 공개는 `적절한 기회'로 또 미뤘다.

그와 사제단은 앞서 언론 인터뷰 등에서 "검사 40여명을 관리하는데 매년 10억원씩 썼다.

검사 1명당 500만~1천만원, 검사장은 1천만원 가량이고 법무부 장ㆍ차관도 로비 대상이 됐다"고 폭로했다.

또 "2003년 12월 검찰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의혹 사건을 기소했을 때 삼성 측이 담당 재판부에 30억을 건네려 했다", "고등법원 부장과 대법관도 있다", "재야 법조인, 즉 유력 변호사도 관리 대상이었다"는 언급도 쏟아냈다.

◇ "변죽만 울리지 말고 공개하라" = 대검의 한 검사는 "떡값 검사 명단을 공개하면 당연히 수사를 해서 형사처벌하거나 징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김 변호사에게 로비를 시켰다면 전혀 모르는 사이가 아닌 동향 출신 또는 고교ㆍ대학 선ㆍ후배 등으로 대상이 한정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검찰 내부에서 그런 인사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삼성의 다른 임원이 떡값을 건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은 김 변호사가 명단을 공개해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모두 부인할 것이 뻔한데다 그가 맡았을 법한 인사들도 현직에 남아있는 간부는 거의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명단을 공개하고 금품수수가 사실이라면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지 `리트스에 고위 법관과 대법관이 있다'는 식으로 사법부 전체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명백한 증거 없이 섣불리 이름을 댔다가 되레 명예훼손 혐의 등을 덮어쓸 수도 있다.

한 의원이 전에도 `떡값 검사'를 공개했다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패소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검찰 관계자는 "특수부 출신인 김 변호사가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다면 나름대로 당시 정황과 증거, 뒷받침할 자료 등도 갖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검찰 조직이 긴장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