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Sealer(도료) 사용량은 NF 쏘나타 한 대당 7800원,그랜저 TG 한 대당 9700원.'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의 천장에 걸린 표지판에 새겨진 문구다.

하찮게 생각하는 도색용 도료값도 1만원에 가깝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도료값이 이런데 나머지 부분까지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인식하자는 취지다.

그만큼 사소한 공정 하나에서도 불필요한 비용이 생기지 않도록 비용 절감에 나서자는 각오를 되새기자는 것이다.

지난 2일 찾아간 현대차 아산공장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극한 경쟁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활을 건 '원가 혁신 프로그램'을 현실화하고 있는 현장이었다.

현대차는 내년에 올해보다 3조원의 비용을 아끼는 것을 포함해 올해부터 2009년까지 20%의 비용을 줄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 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수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현대차로서는 '마른 수건도 다시 짜내는' 비용 절감만이 지속적인 수익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올해 214억원의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근로자들의 '현장 개선 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근로자 제안에 바탕을 둔 '가이젠(改善) 활동'을 통해 끊임없이 생산성을 향상시켜 왔듯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근로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해 공정을 합리화하고 낭비 요인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부품 이력 관리의 일원화와 운반 로봇 경량화가 대표적인 현장 개선 사례다.

아산공장은 최근 각종 부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기록해 두는 이력 관리 업무를 현대모비스에 일임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이중으로 부품 이력을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한 근로자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중복되는 업무를 줄이자 차량 한 대당 20원의 인건비와 5원의 생산원가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아산공장은 현장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해 채택된 근로자에게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1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이상'까지 포상금을 주고 있다.

공장 곳곳에 개선 사례를 상세하게 게시해 현장 개선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이 공장 근로자들은 공장 안으로 열쇠고리를 갖고 들어갈 수 없고 시계와 반지는 물론 허리띠조차 착용할 수 없다.

작업 도중 몸에 지닌 금속성 제품으로 인해 차체에 흠집이 생기면 이는 곧 불량품이 되고 그만큼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공장이 공해 발생과 안전사고,에너지 낭비를 없애자는 '3제로(zero)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비용 절감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임병혁 아산공장 총무팀 차장은 "비용을 줄이는 만큼 수익이 늘어난다는 생각으로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