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1일부터 4년째 서브원을 이끌고 있는 김태오 사장(56)이 틈만 나면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신뢰'다.

회사의 주력 사업인 구매대행의 경우 고객이 믿고 맡기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서브원이 단순히 사무용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차원을 넘어 볼트 너트 등 부자재까지 구매대행할 수 있게 된 것도 신뢰 덕분이라고 얘기한다.

김 사장이 서브원(당시 LG MRO) 대표를 맡은 2004년만 해도 회사 매출이 3분의 1 내지 4분의 1에 불과했다.

구매대행이 책상 의자 복사용지 프린터 등 사무용품에 한정돼 있어 시장이 크지 않았다.

김 사장은 1년쯤 사업을 해보고는 이듬해 구매대행 품목을 늘리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무용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우선 계열사인 LG전자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용 볼트 너트 등 부자재 구매대행 업무를 따내기로 작심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LG전자가 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볼트 너트와 같은 중요한 부품 구매를 경험이 전혀 없는 회사에 선뜻 맡기려 들지 않았다.

발주사 측에 믿음을 줘야 했다.

김 사장은 고심 끝에 부자재 구매대행을 과학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로 했다.

각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볼트와 너트의 수량과 무게를 정확히 계산하고 재고를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연을 통해 입증했다.

예를 들어 TV에 들어가는 볼트를 제품 모델별로 수량과 무게를 구분해 오류를 방지하고 모자랄 경우 재고에서 바로 채우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LG전자의 볼트 너트 구매대행 사업을 따내자 그 다음부터는 사업 확대가 한결 쉬워졌다.

사무용품뿐 아니라 제품 성능을 좌우하는 부자재 거래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란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후 서브원은 비계열사의 부자재 구매대행으로 사업을 넓혔고 이로 인해 선두주자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추월할 수 있게 됐다.

김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고 1976년 LG화학에 입사해 LG기획조정실,LG상사 미주법인장,LG 정도경영 TFT(태스크포스팀) 부사장 등을 지냈다.

사내에서는 '부지런하고 직접 챙기는 사장'으로 통한다.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고 직원들과 대화하며 자기계발을 강조한다.

김 사장은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사업 특성상 주중 주말 구분 없이 수시로 주문이 들어오고 고객의 긴급 요청이 많기 때문이다.

"몸이 피곤하면 마음이 편하고 몸이 편하면 마음이 피곤하다."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