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마쓰시타전기 등 일본 전자업체들의 경영 실적이 올 들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매출 이익 등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엔저가 훈풍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자신 없는 부문은 포기하고 돈되는 사업에만 올인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소니는 지난 상반기(2007년 4~9월) 4조595억엔(약 32조4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상반기에 비해 12.8% 증가한 수치다.

본업에서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를 보여주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2억엔)에 비해 무려 30배인 1898억엔으로 늘었다.

디지털 카메라와 개인컴퓨터(PC) '바이오'의 매출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마쓰시타전기도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난 4조5253억엔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다.

영업이익도 2199억엔으로 6.1% 증가했다.

상반기만 따져 6년 연속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이다.

다만 세후 당기순이익은 휴대폰용 리튬이온전지의 리콜 비용 등으로 인해 8.7% 줄어든 1051억엔을 나타냈다.

반도체가 주력인 도시바도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825억엔과 457억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26.5%와 17.8%씩 신장했다.

도시바는 금년 전체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12% 정도 증가한 29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초 목표보다 300억엔 정도 많은 것이다.

사상 최고 이익을 냈던 1990년의 3150억엔에 근접하는 실적이기도 하다.

이들의 실적이 호전된 것은 주력 분야에만 집중한 구조조정 결과라는 지적이다.

일본 전자업계는 채산성이 없거나 시너지(상승) 효과가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버리고,유망한 분야만 골라 집중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속화해 왔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정된 경영 자원을 자신 있는 분야에만 집중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소니가 수익을 못 내는 강아지 로봇 '아이보'와 게임기용 반도체 생산 시설을 정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니는 반도체 부문 매각 등으로 얻는 약 1000억엔을 유기EL-TV 등 가전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다.

도시바도 도쿄 긴자의 옛 본사 건물과 영상ㆍ음악 관련 자회사를 처분하기로 했다.

대신 반도체 분야에는 2009년까지 그룹 총 설비투자액의 58%에 해당하는 약 1조엔을 쏟아부을 방침이다.

히타치도 업무용 컴퓨터 생산을 미국 휴렛팩커드(HP)에 전면 위탁한 데 이어 가정용 PC 생산과 신기술 개발도 중단할 예정이다.

정보기술(IT) 기기 분야의 과당 경쟁에 따른 경쟁력 저하로 채산성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산요전기도 휴대폰과 통신 관련 사업에서 전면 철수키로 하고, 휴대폰 사업을 교세라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마루와증권 오타니 마사유키 애널리스트는 "일본 전자업체들은 각각 경쟁력 있는 전략 분야에만 집중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기 위한 신기술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며 "그 같은 노력이 실적 호전이란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