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가가 급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이같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 이머징 증시로서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의 질적 개선, 환율에 대한 내성 강화 등을 꼽았다.

30일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홍콩이나 인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덜 부각되는 한국 증시가 잘나가는 이유는 아이러니하지만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성장 스토리를 갖추고 있는 아시아에 속해 있다는 것이 국내 증시에는 오히려 득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의 주가수익비율은 이미 선진국을 넘어섰고 밸류에이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면서 "선진국 대비 아시아 시장이 프리미엄을 받으면서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 한국 시장의 주당순익(EPS) 성장률은 15% 정도로 세계 증시 평균(10.8%) 및 아시아 시장(9.7%)에 비해 월등히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향후 성장성을 감안할 때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지수가 지난번과 비슷한 2000포인트대이면서도 기관과 외국인의 기조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은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판단.

여기에 장기 소외주들이 부각되면서 시장의 질적 개선도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상승 동력의 다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국내 증시 강세의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증시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환율 하락이 지속되더라도 지난해처럼 '쇼크'로 작용해 시장의 상승 추세를 꺾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

이 증권사 이나라 연구원은 "글로벌 성장축의 다변화로 대미 무역 의존도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다 다른 통화와 비교할 때 원화의 절상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90년대 초 50%에 육박했던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출 비중은 8월말 현재 11% 수준에 불과하며, 유로나 엔화 대비 원화 절상률은 그리 높지 않아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900원선 아래로 밀려날 경우 심리적인 충격은 있을 수 있지만, 달러화 약세의 속도가 가파르지만 않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