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0일 이스라엘의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트랜스칩'을 전격 인수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미래 성장전략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인수합병(M&A)이 1994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지금까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M&A 불가' 전략을 고수해온 상황에서 이뤄진 M&A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업계는 이번 M&A를 계기로 삼성그룹이 그동안의 '자체 성장동력 발굴' 전략에서 벗어나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M&A 不可' 불문율 깼다 ‥ 이스라엘 '트랜스칩' 전격인수
◆왜 인수했나


삼성전자가 트랜스칩을 인수한 것은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지는 시스템LSI(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에서는 2000년 이후 줄곧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사업 구조가 메모리반도체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약점 때문에 2002년부터 시스템LSI에 대한 대대적인 시설 투자와 기술인력 확보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투자에 비해 별다른 성과를 창출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디스플레이구동칩(DDI),내비게이션용 AP,휴대폰용 스마트카드 IC,MP3플레이어용 SoC 등 4개 제품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비메모리 부문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에 삼성전자가 트랜스칩을 인수한 것은 자체 기술개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기술력을 갖춘 유망회사를 인수,기술력을 일거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성장전략 바뀌나


삼성그룹은 1994년 삼성전자를 통해 미국의 컴퓨터 회사인 AST를 인수했다가 핵심 연구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실패를 맛본 이후 M&A를 철저히 기피해왔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최근까지 도시바 GE 등 해외 업체와 국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때에도 삼성은 M&A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삼성은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과 연구인력에 대한 투자를 통한 성장전략으로 반도체 휴대폰 LCD 등에서 세계 최고기업으로 성장해왔다.

문제는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는 데 있다.

삼성의 독자성장 전략은 2004년 이후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 전체 매출은 10년 전인 1987년(13조5000억원)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지만 2004년 이후에는 135조∼140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며 정체상태에 놓여있다.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한 신수종 사업 발굴도 5년째 답보상태다.

결국 '자금+기술'을 통한 자체 동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에서 삼성 안팎에서는 M&A를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이날 삼성전자가 M&A를 성사시킨 것은 삼성그룹의 성장전략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전까지의 '자체성장 동력 발굴'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며 신수종사업 발굴을 위한 전략의 틀을 다변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김현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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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칩은 어떤회사?

트랜스칩(TransChip)은 1999년 설립된 반도체 업체다.

IBM과 인텔 출신의 연구개발 인력들이 가세하면서 이미지 센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스템LSI 업계에선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생산시설 없이도 휴대폰용 카메라에 쓰이는 'CMOS 이미지센서(CIS)' 원천 기술을 개발한 업체로 유명하다.

이런 기술력을 평가해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가 이 회사에 투자했으며 인텔도 최근 수년간 비메모리 반도체를 공동 개발해왔다.

임직원 수는 반도체 전문 설계 인력 24명 등 약 6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