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강남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해 온 김모 사장은 최근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대출 회수에 나섰다.지난 10월4일부터 개정된 대부업법 시행령에 따라 대부업 금리 상한선이 49%로 내려가면서 수익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주변 대부업체 중에서는 49% 이상의 불법 이자를 받으면서라도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곳이 있지만 김 사장처럼 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곳도 적지 않다.

29일 대부업계에 따르면 대부업법 시행령이 개정된 지 한 달 만에 몇몇 중소형 대부업체들이 사업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사업 철수 방안을 강구 중이다.

법정 금리상한선이 낮아지면 대부업 시장이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간판을 내린 중소형사들은 음지로 들어가 불법영업을 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전국 대부업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산 70억원 이하 중소형 법인의 원가 수준은 55~75%에 달해 법정 상한금리인 49%를 훌쩍 넘는다.연체율 조달금리 판매관리비 등을 혁신적으로 낮추지 않고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소형 대부업체 사장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업법 개정 이후 저축은행 등 자금 공급원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대부업체들에 대한 대출 금리를 오히려 올리려는 현상도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살아 남기 위해선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몸집을 불려야 하지만 자칫 연체율이 높아지면 도산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한 소형 대부업체의 경우 덩치 키우기에 나서 최근 넉 달 동안 대출 잔고가 두 배로 불어난 60억원을 기록했지만 연체율이 20%까지 상승해 진퇴양난에 빠졌다.더구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시장 위축으로 자산을 운용할 곳을 찾지 못하는 일부 저축은행들이 소액 신용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대부업체들은 우량고객을 빼앗기는 형국이다.

이재선 한국대부소비자협회 사무총장은 "감독기관이 66% 금리에서도 불법 대부업체를 단속하지 못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금리만 내려 더 많은 불법 대부업체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