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종목의 주가가 크게 뛰면서 고평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올해만 평균 두 배 이상 오르며 수익 대비 주가 수준을 가늠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업종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증시 최대 큰손인 미래에셋이 일부 업종이나 테마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주가도 덩달아 뛴 데 따른 것이다.

시장 일각에선 수급에 의해 주가가 크게 오른 측면이 있어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에셋은 '미다스의 손'

24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미래에셋이 5% 이상 지분을 취득한 19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연초 이후 평균 115.2%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35.8%를 79.4%포인트 웃돈다.

두산은 지난해 말 5만6900원에서 이날 현재 25만3000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LG화학(183.1%) 경남기업(158.4%) 삼성물산(151.9%) 효성(146.8%) SK(130.1%) GS건설(120.8%) SK케미칼(111.3%) 삼성증권(103.2%) 등도 100% 이상 올랐다.

주로 지주회사나 대체에너지 등 신사업 테마 관련주들이다.

이들 종목이 이처럼 뛴 것은 실적이나 기업가치가 좋다는 점 외에도 미래에셋의 풍부한 운용 자금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은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면서 이미 최대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6일 현재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 잔액은 15조2390억원으로 주식형펀드 전체 수탁액의 30.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증권업계에서는 '미래가 사는 종목(오른 종목)과 안 사는 종목(내린 종목)''미래 따라하기'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고평가 부담론도 솔솔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미래에셋이 5% 이상 보유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36개 종목의 올 예상 실적 기준 PER를 조사한 결과 이들 종목 중 21개가 업종 평균 PER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세금 추징 등 일시적인 비용이 발생해 수익이 줄어든 동아제약이나 하나로텔레콤을 제외하더라도 업종 평균 PER를 수십배 웃도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두산의 올 실적 기준 PER는 82.9배로 업종 평균 21.41배를 크게 웃돈다.

내년 실적 기준 PER도 55.6배나 된다.

또 미래에셋의 히트 종목으로 꼽히는 동양제철화학서울반도체의 PER는 각각 36.0배,46.9배나 된다.

대우차판매 SK케미칼 호텔신라 LG생명과학 소디프신소재 다음 등도 업종 평균을 훨씬 웃돈다.

이들 36개 종목의 내년 예상 실적을 적용한 PER에서도 12개 종목이 업종 평균 PER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돈의 힘'에 의해 크게 올라 밸류에이션상 부담이 생긴 종목은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이 일부 업종과 테마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종목이나 업종 간 차별화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도 "내년 실적을 적용해도 PER가 지나치게 높은 종목은 현 주가 수준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해외 변수에 의해 증시 분위기가 바뀌고 펀드 환매가 있을 경우 이들 종목은 급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