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뉴욕증시 폭락의 여파로 엔캐리 트레이드(싼 엔화를 팔아 고수익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금이 청산되면서 22일 엔화가치가 급등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한때 달러당 113.23엔을 기록해 전주말(115.30엔)보다 2엔 이상 급등했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13엔대까지 오른 것은 6주일 만이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한때 163엔까지 올랐고,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에 대해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결과와 뉴욕증시 폭락으로 인해 리스크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엔캐리 자금이 청산됐기 때문이다.

도쿄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G7 회의에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기대와 달리 달러와 유로,엔화 환율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며 "시장에선 달러 약세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특히 뉴욕증시가 블랙먼데이 20년을 맞아 폭락세를 보인 것은 엔캐리 청산을 부채질했다.

뉴욕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리스크 선호 심리를 다시 위축시켜 위험자산에 투자돼 있던 엔캐리 자금이 청산됐다는 얘기다.

뱅크오브뉴질랜드(BNZ)의 대니카 햄튼 전략가는 "엔캐리 청산을 부추긴 결정적 요인은 시장의 불확실성"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이 고금리 통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들어 엔화가치의 단기 급등에 따른 '팔자' 주문이 나오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3.85엔까지 떨어졌다.

도쿄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G7 회의가 끝난 이후 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증시 동향에 쏠려있다"며 "도쿄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엔.달러 환율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아시아 증시가 계속 휘청거릴 경우 고금리 통화 가치가 연쇄 폭락하면서 엔캐리 자금이 급속히 청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엔화가치는 다음달이면 달러당 110엔 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