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미국에 두고 온 기러기 아빠 김영식씨(47).매달 3000달러를 가족에게 보내주는 김씨는 송금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여러 은행의 수수료율을 알아봤다.

그러나 은행별 외환 수수료율이 거의 같은 탓에 김씨의 발품은 허사였다.

실제 김씨가 알아본 대로 은행별 외환 수수료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합민주신당 신학용 의원은 22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각 은행의 외환 수수료율 현황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SC제일.한국씨티.기업.산업은행 등 9개 은행 중 8개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는 외화 송금 마진율이 1.9~2.0%였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 달러를 송금할 때(전신환 매도) 적용되는 환율에서 달러를 송금받을 때(전신환 매입)의 환율을 뺀 수치를 송금할 때 환율로 나눈 비율이 1.9~2.0%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달러를 송금할 때 환율이 1000원이고 달러를 송금받을 때 환율이 980원이라면 두 환율의 차이인 20원을 송금할 때 환율인 1000원으로 나누면 2%가 된다.

이 때 은행들은 매매기준율을 990원으로 정해 달러를 송금하는 사람에게 달러당 10원을 받고,송금받는 사람에게 달러당 980원으로 계산해 달러를 주기 때문에 달러당 총 20원을 벌게 된다.

신학용 의원은 외환위기 이후 이 전신환 매입.매도시 은행이 취하는 마진율이 매우 유사한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 간 수수료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외환 수수료율을 포함해 은행의 각종 수수료 담합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이 외환 수수료율을 낮추면 다른 은행들도 수수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은행권 경쟁 구도상 외환 수수료율이 비슷해진 것이지 서로 담합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은 또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까지 0.39%였던 9개 은행의 평균 외환 수수료율은 2000년부터 1%로 2.5배가량 인상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은행이 2005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환전 과정에서 벌어들인 수익만도 3348억원으로,외환위기 이전 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약 2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신 의원은 "은행이 외환 수수료율을 올리면 수출 중소기업과 개인 고객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며 "특히 무역업계의 평균 수출 마진율이 11.9%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은행이 가만히 앉아 기업 수출 마진의 1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