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CBS의 경제 전문 통신인 마켓워치는 현재의 수급 불안을 감안할 때 유가 100달러 돌파는 '그 여부'가 아니라 '언제냐'일 뿐이라며 고유가가 미국 증시에 부담을 주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 정규장에서 서부텍사스 원유(WTI) 11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2.37%(2.07달러) 급등한 배럴당 89.47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WTI 가격은 곧바로 이어진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90.02달러를 기록했다.



비록 시간외 거래이기는 하지만 국제유가가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은 달러화 약세에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수급 불안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달러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글로벌 자금을 원유 등 상품으로 쏠리게 하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장중 유로당 1.43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31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달러화를 매각하려는 세력이 부쩍 늘어난 탓이다.

현재 국제시장에서 원유는 달러화로 거래가 이뤄진다.

따라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다른 나라 통화로 원유를 매입하면 유가는 상대적으로 싸지는 효과가 있다.

실제 유가는 올 들어 달러화 기준으로 46% 올랐지만 유로화 기준으로는 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산유국 입장에서는 달러화 가치 하락분만큼 손해를 본다.

그러다 보니 국제 투기자금은 원유를 사자고 덤비는 대신 산유국들은 증산에 시큰둥해진다.

호주 내셔널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제라드 버그는 "오는 31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