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보기-보기로 시작했으나 버디-이글로 마무리한 뒤 연장 세 번째홀에서 버디 잡고 우승.'

US오픈챔피언 앙헬 카브레라(38ㆍ아르헨티나)가 올시즌 메이저대회 챔피언끼리 36홀 승부로 겨룬 미국PGA투어 그랜드슬램골프대회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간 끝에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썼다.

카브레라는 18일(한국시간) 버뮤다의 미드오션CC(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2언더파를 쳐 2라운드 합계 4언더파 136타(68ㆍ68)로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과 공동선두를 이룬 뒤 연장전을 벌여 우승컵을 안았다.

카브레라의 상금은 60만달러(약 5억5000만원)로 올해 그가 받은 상금 중 US오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는데,우승과정은 US오픈보다 더 험난했다.

첫날 선두 해링턴에게 1타차로 뒤졌던 카브레라는 2라운드 들어 1번홀(파4)에서 티샷이 숲으로 가 언플레이어블볼을 선언한 끝에 5온2퍼트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2번홀에서도 보기.첫 두 홀에서 4타를 잃어 해링턴에게 5타차로 뒤지면서 일찌감치 우승경쟁에서 물러나는 듯했다.

그러나 메이저챔피언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카브레라는 11번홀(파5ㆍ487야드) 이글을 포함,16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해링턴에게 2타차까지 따라붙었다.

남은 홀은 17번(파3ㆍ199야드),18번(파5ㆍ521야드) 두 홀.

카브레라는 17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캐디에게 "두 홀을 '2-3'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두 홀에서 버디-이글을 잡겠다는 계산이었던 것.

카브레라는 17번홀에서 8번아이언 티샷을 3m버디로 연결한 데 이어 18번홀에서는 300야드에 육박하는 드라이버샷과 4번아이언으로 볼을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린 뒤 1.2m 이글퍼트를 넣어버렸다.

'말이 현실이 된' 셈이다.

이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친 해링턴과 연장전에 돌입한 카브레라는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세 번째홀에서 2온 후 버디를 낚아 파퍼트를 남긴 해링턴에게 항복을 받았다.

골프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순간이었다.

우즈'대타'로 나선 2003US오픈 챔피언 짐 퓨릭(미국)은 신한동해오픈 출전의 피로가 가시지 않았을 터인데도 합계 2언더파 138타로 3위를 차지했다.

마스터스 챔피언 잭 존슨(미국)은 1언더파 139타로 4위로 밀렸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