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주식시장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국제유가가 장 중 배럴당 88달러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에 이틀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하겠지만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에 이미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유가 상승이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전가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수급 불안과 달러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유가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나 OPEC의 증산이 있기 전까지 유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87달러까지 오른 상황에서 배럴당 90달러 초반까지는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강세로 글로벌 인플레 우려가 높아질 경우 그간 높은 상승세를 이어왔던 신흥국 증시엔 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가 글로벌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대두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

국제유가가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배럴당 최소 110달러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아직은 임계치까지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은 "유가 상승의 원인이 공급 쇼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어서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의 소비확대 등을 반영한 상승이란 점에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결국 이머징 마켓의 안정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

따라서 유가가 계속 오르더라도 이머징 중심의 랠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현대증권은 "투기적인 매수세 지속으로 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미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날 주가 하락 역시 일정 수준 유가 급등에 대한 부담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

유가의 추가 상승이 좀 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가운데, 유가 상승분이 소비심리 위축과 기업 부담으로 전가되는 모습이 지표로 나타날 경우 국내 증시에도 악재가 될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