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대국 일본을 지탱해 온 5만여개 장수 기업의 생존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16일자) '격동의 시대를 헤쳐 온 100년 기업'을 통해 △창업자를 능가해 회사를 도약시킨 혁신적인 경영자 △100년이 가도 녹슬지 않는 고유 기술 △이익 창출에만 몰두하지 않고 지역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공존공영 등을 그 비결로 제시했다.

창업자의 카리스마가 아무리 강해도 그의 철학이나 기업 문화는 30년 이상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100년 이상 생존한 장수 회사에는 '중흥의 할아버지(中興의 祖)'로 불리는 혁신적인 경영자가 있었다.

전기전자 업계를 대표하는 도시바가 대표적인 사례다.

발명가이던 다나카 히사시게는 1875년 회사 설립 후 백열 전구 등을 만들어 초석을 쌓았으나 수차례 경영 위기를 벗어나 도시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은 혁신적인 경영자 덕분이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몰아친 경기 침체로 도시바가 경영난을 겪었을 때 영입된 '이시카와지마 하리마 중공업' 회장 출신인 도코 도시오. 그는 전국의 현장을 구석 구석 돌며 말단 직원까지 격려하고 때로는 질책하는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면서 회사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또 1980년부터 7년간 사장을 맡았던 사바 쇼이치는 중전기 출신이면서도 일찍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에 눈 떠 대규모 투자를 단행,반도체 회사로 변신하는 초석을 다졌다.

도시바가 주력 산업을 생활전기용품→중전기→백색 가전→반도체 및 컴퓨터 등으로 바꾸면서 초일류로 성장한 것은 '중흥의 할아버지'로 불리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두 번째는 100년을 넘어도 녹슬지 않고 산업을 주도하는 고유 기술이다.미쓰이금속은 휴대폰 등의 배선기판에 사용되는 구리박판 기술의 세계 1인자.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원래는 1874년 광산 경영으로 출발했다.거기서 금속 관련 기초 기술과 노하우를 익혔다.그 기술을 바탕으로 1949년 건전지 재료인 전해이산화망간 제조를 시작했으며 1967년 구리박판 사업에 진출했다.이 회사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구리박판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켓 파워를 갖고 있다.도요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차인 '프리우스'에 들어가는 니켈수소전지 재료도 생산,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베흥산이 보여준 지역과의 공존공영도 100년 장수의 비결이다.우베흥산은 1897년 야마구치현 우베 시에서 창업했다.

이 회사는 석탄 산업에서 출발한 뒤 화학,기계,레저관광 등으로 진출해 현재 15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창업자인 와타나베 스케사쿠씨는 '공존동영(共存同榮)'을 기업 이념으로 삼아 회사와 지역 발전을 동시에 추구했다.

1953년 지역 의료를 담당할 종합병원을 세운 데 이어 고속도로 등 지역 발전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거품 경제가 붕괴되고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6620억엔에 달한 부채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때 기업을 살린 주역이 바로 지역 주민이다.주민들은 우베흥산의 '공존동영' 이념에 감복,사재를 털어 회사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등 지원에 나서 회사 정상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