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재고 일괄처리 中企확산… 올 시장 5400억원 전망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0년 무렵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이 일단락되면서 주목받지 못했던 ERP 시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해외법인을 본사와 연동하면서 '글로벌 ERP' 수요가 늘어난 데다 공기업 금융기업 중소기업까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ERP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국내 ERP 시장 규모는 조사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KRG의 경우 올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포함한 ERP 시장이 전년 대비 8.7% 성장한 5457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규모는 10% 증가한 6016억원으로 전망했다.

ERP는 기업의 생산,판매,영업,회계,인사,원가 등 다양한 부서의 시스템에 있는 데이터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이 시장이 다시 커지는 요인 중 하나는 글로벌 ERP 구축이다.

국내법인과 해외법인의 영업,구매,생산 등을 통합하는 글로벌 ERP를 구축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삼성전자의 경우 삼성SDS와 함께 전 세계 삼성전자 법인을 ERP로 통합하는 글로벌 ERP를 구축하고 있다.

주로 제조업체가 도입했던 ERP가 공기업이나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철도공사는 최근 430억원을 들여 ERP 구축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삼성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 중공업체뿐 아니라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금융권도 새 ERP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RP는 최근에는 중소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총각네야채가게,피쉬&그릴 등이 좋은 예다.

총각네야채가게의 경우 ERP를 도입해 인사관리,재무관리는 물론 각종 야채 주문에서 재고까지 ERP로 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 영업본부 임천일 대리는 "아직은 ERP 도입이 초기 단계지만 내년 말께 물류센터가 완공되고 ERP 도입이 마무리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각종 자료가 공개되고 실적이 훤히 드러난다는 이유로 ERP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경영의 투명성이 중요해지고 업무 효율을 높일 필요가 커지면서 ERP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 시장이 커지면서 ERP 세계 1위 기업인 SAP는 IBM과 제휴를 맺고 중소기업 전용 ERP 상품을 내놓았다.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세계 1위 기업인 오라클도 중소기업 ERP 시장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제조업 중견기업이 많은 영남지역 등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ERP 수요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