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다우ㆍ弱달러ㆍ신용경색 '닮은꼴'

美 금리인하ㆍ인플레 완화 '다른꼴'

1987년 10월19일 월요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하루 동안 무려 508포인트 급락했다. 낙폭은 22.6%. 하루 낙폭으로는 역사상 최대였다. 바로 '블랙먼데이(Black Monday)'였다. 그 후 딱 20년이 흘렀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을 보면 블랙먼데이에 대한 공포는 지금도 살아 있다. 그렇지만 당시 상황과 지금을 비교하면 블랙먼데이는 재연될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역사적으로 주가는 10월에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대형 참사'도 대부분 10월에 일어났다. 대공황의 시발점이 됐던 1929년의 '블랙 프라이데이'도 10월에 발생했다. 당시 다우지수는 이틀간 23% 하락했다. 1997년 10월27일에도 다우지수는 하루 동안 7.2% 떨어져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먼데이가 발생했던 1987년과 20년이 흐른 지금의 증시 상황을 비교 분석했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강세장이 지속되고 있다. 1987년엔 5년 연속,지금은 4년 연속 강세장이다. 달러화 가치 약세도 유사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화는 약세가 지속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아시아 제품에 치이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1987년엔 일본 상품이 미국시장을 휩쓸었다면 지금은 중국 상품이 일본 상품을 대신한 것이 다르다. 금융시장 불안도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에도 대형 바이아웃(기업인수)이 늘어나며 대출시장이 빠듯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신용위기가 불거진 지금이 더 심하긴 하지만 말이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취임한 지 얼마 안돼 신뢰감이 작았다는 점과 재집권한 공화당이 임기 말에 있었다는 점도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가짓수로만 보면 닮은 점이 훨씬 많지만 무게로 보면 다른 점이 훨씬 크다. 우선 증시의 과열 정도가 다르다. 1987년 다우지수는 블랙먼데이가 발생할 때까지 43%나 올라 누구나 과열을 걱정했다. 반면 올 들어 다우지수는 14% 상승에 그치고 있다. 증시 과열은 자연스럽게 기업의 고평가를 가져왔다. 당시 S&P500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가 넘었다. 지금은 16배로 역사적 평균치를 약간 웃돌고 있다.

가장 큰 다른 점은 역시 FRB의 통화정책이다. 당시는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대 과제였다. FRB는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했으며 블랙먼데이 직전까지 이런 기조를 유지했다. 지금은 다르다. 인플레이션은 상당히 안정돼 있다. FRB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다 지난 9월 0.5%포인트 인하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덜한 만큼 추가 금리인하 여지도 넓은 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블랙먼데이가 재연될 것 같지 않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찰스 슈왑의 애널리스트인 리즈 앤 선더스는 "20년 전과 닮은 점이 많지만 그때와 같은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뉴욕 주식중개회사인 밀러 태벅의 필 로스는 "주가가 더 하락할 수도 있지만 진짜 위기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나 인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