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장래성이 없다며 매각한 백신사업을 인수한 네덜란드 생명공학회사인 베르나바이오텍이 한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백신사업을 인수해 과감한 제품구조조정과 공격적인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한국 내 수출1위 제약사로 올라섰다.

녹십자는 2000년 마진이 적어 사업의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백신 사업부를 독일의 바이오기업 라인바이오텍에 팔았다.

라인바이오텍은 2002년 네덜란드의 베르나바이오텍에 다시 인수되면서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가 탄생했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이후 제품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단행했다.

B형간염백신 '헤파박스-진'을 빼고 매출 규모가 작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제품들을 접었다.

5년간 1000억원에 가까운 연구개발비를 투입,5가 혼합백신(5가지 백신을 하나로 합친 것)인 '퀸박셈'을 개발했다.

퀸박셈이 출시되자 저개발 국가들에 백신을 공급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9월 사전 품질검증을 통해 이 백신을 '합격'판정했다.

10월부터 퀸박셈은 WHO를 통해 세계에 수출되면서 불과 3개월 만에 220억원이 팔리는 대박상품으로 떠올랐다.

퀸박셈을 포함한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의 지난해 완제 의약품 수출액(400억원)은 수출규모에서 국내 1위 제약사인 동아제약(250억원),한미약품(50억원)을 훨씬 웃돈다.

녹십자 처지에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회사 내부에선 백신 사업부 매각은 결정적 실수라는 얘기가 나왔다.

뒤늦게 2004년에 백신 사업을 재개하고 다른 제약부문 매출을 크게 늘렸지만 백신사업의 실적은 신통치 않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올해 퀸박셈 한 제품으로만 775억원어치를 수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헤파박스-진 수출액(150억원 예상)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매출(1000억원 예상)에서 수출비중이 9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8월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2007년 상반기 세계일류상품' 시상식에서 외국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퀸박셈'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회사 안상점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 대부분이 제품을 수입해서 오지만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100% 한국에서 생산해서 수출도 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한국으로 떨어진다"며 "이런 점 때문에 퀸박셈이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