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경쟁력 강화정책이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금융행정관료들의 지나친 개입 탓에 금융기관 경영자들의 경영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신상기 경원대 교수는 12일 한국경제발전학회,서울사회경제연구소,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가 '외환위기 이후 10년,한국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주제로 인하대학교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신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주도의 신속한 구조조정과 금융제도 개혁 등을 통해 금융시장이 조기에 안정되고 대외신인도가 높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구조조정이 정부 주도에 따라 은행 중심으로 편향되게 진행된 결과 진정한 구조조정과는 거리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은행 스스로 경영혁신이나 개혁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오히려 구조조정 결과 국내 금융기관의 시장점유율 집중과 대형화로 금융서비스는 개선되지 않고 업무의 전문화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금융행정관료에 의한 지나친 개입이 금융기관 경영자의 경영능력을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하고 있다"고 꼬집고 "안정된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감독 및 규제의 역할과 지나친 업무개입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또한 "금융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담보 위주의 안정적 자산을 선호하게 되면서 수익구조가 편중되고 자금중개 기능의 효율성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들은 기업보다 개인위주로 신용을 제공하고,증권업도 자금중개기능인 기업인수·주선보다는 단순 중개업무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이와 함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외지점을 우선 철수하거나 폐쇄해 금융국제화가 후퇴했고,국내 금융기관의 경쟁격화로 금융의 안정이 저해됐다"며 "금융경쟁력 강화정책이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더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신 교수는 따라서 "정부는 금융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금융기관들이 제시한 방향에 맞춰 스스로 국제경쟁력 확충 방안을 추진할 수 있도록 개입이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신 교수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을 통한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와 관련해선 "대형 투자은행의 출현을 촉진하기 위해 증권사 간 인수·합병(M&A) 때 예비인가를 생략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합병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기준을 완화하는 등 합병관리비용을 경감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