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브레인 2人, 이명박 선대위로 간 까닭은... 황영기 前우리금융회장ㆍ윤진식 前산자부장관
■ 황영기 前우리금융회장 "李, 한국 근대화의 상징 자리 욕심 절대 아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경제 브레인'으로 전격 영입된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경제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거물급'으로서의 명성도 명성이려니와 최근 두 사람이 겪었던 삶의 변화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가 두 사람에게 보내는 애정과 신뢰의 수준이 여느 선대위원장을 능가한다는 점도 관심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철저한 시장주의자로 정평이 난 황 전 회장은 '부실'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던 우리금융지주회사를 국내 최대의 우량 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킨 주역이다.

하지만 바로 그 시장주의에 대한 신념 때문에 경제부처 관료들의 미움을 받았고,끝내 지난 3월 쓸쓸히 야인으로 물러나는 비운을 겪었다.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공식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김 대통령을 독대,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던 것으로 유명한 경제관료다.

참여정부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던 그가,서울산업대 총장 자리까지 내던지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한나라당 선대위 산하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두 사람을 11일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여기 여의도에서는 신입이잖아요." 수십 차례 전화를 한 기자들에게 미안해서인지 인터뷰를 승낙하긴 했지만 아직도 부담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었다.

황 전 회장은 담배부터 꺼내물었다.

"결국 다시 피우게 됐네요.회장에서 물러난 다음 파주에 있는 암자에서 40일간 홀로 살 때 끊었는데."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있으면서 경제관료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심경은.

(황 전 회장) "옛날에는 상공부가 기업들을 거의 끌고 갔다.

하지만 기업이 크고 나니까 기업을 후원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재정경제부도 금융산업이 성장단계에 있을 때는 관리하고 끌고가야 하지만 산업이 어느 정도 성장단계에 들어가면 자유롭게 풀어주고 후원해야 한다.

지금은 그런 과정에 있다.

나는 현장에 있다보니 마음이 좀 급하고,정부는 아무래도 관리감독을 하는 입장이니까 달랐을 것이다.

정부와 작은 충돌을 빚었지만 큰 방향은 같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속도의 문제다.

그 쪽 입장에서는 황영기가 성질이 급했다고 보는 것이고,저는 시대가 바뀐 것에 대해서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좀 늦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 윤진식 前산자부장관 "현정부서 장관 했지만 정치신념따라 李 선택"

―윤 전 장관은 참여정부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이었다.참여정부 구성원이었던 분이 왜 '정권교체'를 주장하나.


(윤 전 장관)"평생 공무원을 했다.

공무원으로서 참여정부 초대내각에 참여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나라당을 선택했다.

당원 자격으로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때는 관료로서의 선택이지만 이제는 정치적 신념이 바탕이 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강 정책이 내 신념과 맞다."

―이명박 후보를 돕기로 결심한 이유는.


(황 전 회장) "이 후보가 상징하는 게 굉장히 많다.

앞으로 우리를 잘 살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정말 힘들게 공부해서,민주화시대에 데모도 하고,근대화의 상징인 현대건설에서 30대의 나이에 성공을 하고,정치에 와서도 민간에서 배운 것을 실현했다.

가난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꿈을 한 번 보여주게 된다."

(윤 전 장관)"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후보가 적임이라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본다.

나도 기본적으로 그런 의미에서 지지한다.

또 기왕에 대통령을 뽑는다면 능력이 검증된 후보가 돼야 한다."

(황 전 회장)"참여정부에 대해 참 아쉬웠던 게 과거사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근대사 중에 아픈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근대사 자체를 부정하고 마치 정의가 패배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가 나타내고 있는 것은 과거에 대한 긍정의 의미가 있다.

근대사를 토대로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하는데 기업경험이 있고 큰 행정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본 경력 등에서 볼 때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될 것 같으니까 돕고,그래서 한 자리 해보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정말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돕게 됐다."

홍영식/김인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