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8월 두 달 연속 콜금리 목표치를 올렸지만 시중 유동성 증가추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유동성 증가율은 7월 한 달 잠시 주춤했으나 8월 콜금리 목표치 인상에도 불구하고 다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정책금리를 동결 내지 인하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11일 열리는 회의에서 콜금리 목표치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유동성 증가율은 계속 두 자릿수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경기회복과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어 한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8월 광의유동성 12.4%로 확대

한은이 10일 발표한 '8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광의유동성(L) 잔액(말잔 기준)은 1972조3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20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달 증가액 1조7000억원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도 7월에는 12.1%로 6월의 12.7%에 비해 다소 주춤해졌으나,8월에는 12.4%로 다시 확대됐다.

광의유동성(L)이란 현금통화와 은행 증권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의 상품으로 이뤄진 금융기관 유동성(Lf)에 기업과 정부 등이 발행하는 회사채 국공채 등까지 포함하는 가장 광범위한 개념의 유동성 지표다.

광의통화(M2·평잔 기준)도 8월 들어 다시 증가세가 빨라졌다.

광의통화(M2)란 현금통화와 결제성 예금,2년 미만의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것으로 한은이 통화정책을 통해 보다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화지표다.

즉,광의유동성(L)에서 정부와 기업발행 유가증권, 2년 이상 금융상품을 제외한 것이다.

M2는 지난 4월 전년 동기비 11.1%에서 5월 10.9%로 떨어진 후 석 달 연속 10%대에 머물렀지만 8월에 다시 11.4%로 올랐다.

한은은 다만 9월에는 M2가 10% 후반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채 CD발행이 원인

8월 중 시중 유동성이 급증한 것은 자금이 주식시장 등으로 빠져나가 대출재원 확보가 어려워진 은행들이 자금마련을 위해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은 8월에 5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작년 7월(10조9000억원)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증가액이다.

CD가 포함되는 시장형상품도 5조9000억원 증가,올 1월(10조3000억원)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정부도 유동성 확대에 한몫했다.

국고채가 상환실적 없이 발행만 되면서 전달 7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