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신용위기 여파로 빈사상태에 빠졌던 투기등급 채권(하이일드 또는 정크본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기업어음(CP)에 이어 투기등급 채권 발행도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기업 자금조달에 청신호가 켜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6월 말 이후 꽉 막혔던 '하이일드 파이프라인(기업 자금조달의 한 창구라는 의미)'이 지난달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 다시 뚫리기 시작했다고 9일 보도했다.

투기등급 채권은 지난 6월 말부터 9월 중순에 이르는 동안 불과 45억달러어치만 발행됐다.

그러나 금리인하로 신용위기가 한풀 꺾인 데다 투기등급 채권의 부도 사태가 현실화되지 않고,채권발행 물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JP모건 자료에 따르면 투기등급 채권의 공급부족 규모는 290억달러로 3개월 전보다 100억달러가량 늘어났다.

아퀼라 스리픽스 하이인컴 펀드의 샌디 러펀나히트 펀드매니저는 "가격만 적정하면 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수요는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지는 앞으로 신용카드 결제 처리회사인 퍼스트데이터가 실시할 9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 성공 여부가 시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뒤를 이을 TXU코프사의 채권 발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기업의 단기자금 조달 창구인 CP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우량 CP는 지난 8월 거의 발행이 중단됐다가 9월27일~10월3일 일주일간 45억달러 늘어났다.

물론 세계경제와 기업 채무상환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남아 있어 투자자들은 우량 회사채에 대해서도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신용등급 A의 장기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국채기준금리에 얹는 금리)는 1.41%로 장기금리(1.26%)를 웃돌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