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가 "LA 아니면 로스앤젤레스"라고 우기는 단순한 말괄량이 유미, 애완용 거미가 죽었다고 가출하는 맹랑한 말썽꾸러기 은별.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박민영(21)이 연기했던 '거침없는' 캐릭터들이다.

데뷔작인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첫 드라마인 KBS 2TV 월화드라마 '아이 엠 샘'을 보노라면 박민영의 본 모습을 따로 떠올리기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과는 달리 박민영의 실제 모습에는 엽기 발랄한 유미나 은별과는 달리 차분하고 여린 구석도 많은 편.
오히려 그는 "내 기본적인 감성은 슬픔에 가깝다"면서 "사실 가장 자신 없는 연기가 밝고 코믹한 요소가 있는 부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주위에서도 코믹한 역할은 못 할거라고들 했는데 덜컥 유미 역으로 데뷔했잖아요.

'아이 엠 샘' 은별이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역이고요.

실제로는 유미나 은별처럼 재미있지는 않아요.

평상시에는 목소리 톤도 좀 다르고요."

그러나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영락없는 유미, 은별이었다.

"귀엽고 깜찍하다는 말은 일하면서 처음 들어봤다"는 그는 연기를 하고 난 뒤 평소 표정까지도 환해졌다.

"제 학창시절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상황이 정말 재미있어서 캐릭터에 빠져들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실제 성격도 바뀌고 낯도 덜 가리게 됐어요.

친한 사람들한테만 애교를 떠는 편이고 '애늙은이'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귀엽고 깜찍하다는 말을 듣잖아요.

이 일은 사람을 바꾼다는 점에서 정말 흥미로워요.

진짜 제가 귀엽고 깜찍해진 것 같아 좋아요.

하하하."

유미, 은별의 당찬 면은 실제 모습과도 닮았다.

데뷔작에서 이순재, 나문희 등 대선배와 호흡을 맞췄고 박해미와는 싸우는 연기까지 했다.

'아이 엠 샘'에서도 상대역인 양동근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제 몫을 해냈다.

"카메라 앞에서는 신인배우 박민영이 아니라 유미, 은별이었으니까 주눅 들지 않았죠. 물론 '컷' 소리가 나면 다르지만요."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주목받은 뒤 '아이 엠 샘'에서 주연을 맡으며 '신데렐라'가 됐지만 그동안 숨 돌릴 틈도 없이 달려오면서 마음 고생도 없지 않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첫사랑 같은 작품이지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고 조용히 제 역할만 하면 됐어요.

지금은 마냥 즐겁고 신나는 기억 뿐이에요."

'아이 엠 샘'에서는 좀 더 많은 고민과 부담감이 따랐다.

"은별이로 살면서 가슴도 떨려 하고 고민도 많이 했어요.

뭔가 해야 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대신 그 부담이 제가 좀 더 쉽게 은별이에게 다가가도록 도와줬죠. 아무튼 잘 끝난 것 같아서 숙제 하나 마친 기분입니다."

"첫 두 작품을 가장 자신 없던 모습으로 시작한 것이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가 다음 번에는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벌써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워낙 한 게 없으니까 많이 많이 연기하고 싶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계기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 다음에 연기로 욕 먹지 않는 좋은 배우, 그리고 좋은 여자가 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