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정은진(31)씨가 지방 출장을 위해 차를 몰고 서울 사무실을 빠져나 가려는 순간 내비게이션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기름을 넣고 떠나는 게 좋다는 신호다. 고속도로 진입로 직전에 있는 주유소에 들어선 정씨는 자동차 창문을 내리지도 않고 내비게이션에 "주유 5만원"이라고 말한다.

내비게이션의 음성수신기가 정씨의 목소리를 인식해 주유소와 연결된 통신망을 통해 알려준다.

주유가 진행되는 동안 정씨는 내비게이션 단말기로 인터넷에 접속해 최신곡 몇 곡을 내려받는다.

인터넷에 접속한 김에 정씨는 출장에 관한 간략한 보고를 상사 앞으로 전송한다.

한참 운전하던 중 정씨는 아침에 허겁지겁 나오느라 작은방과 화장실 불을 켜 놓은 채 나온 것이 생각났다.

내비게이션에서 홈 원격조정 장치를 클릭해 집의 전원을 다 끄도록 지시를 내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계속한다.

빠른 길을 안내해주고 주변 맛집 정보나 알려주던 텔레매틱스(Telematics)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좁은 의미의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뜻하지만 최근에는 무선통신,컴퓨터,인터넷,멀티미디어를 포괄하는 ‘차세대 자동차용 정보 서비스’로 텔레매틱스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정씨의 사례는 지금도 구현할 수 있는 진화된 텔레매틱스 모습이다.

차 안에서 교통정보 뿐 아니라 업무를 처리하고 TV,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모바일 오피스,모바일 홈이다.

교통과학연구원 김동효 박사는“텔레매틱스는 이제 단순한 교통 시스템이 아니라 움직이는 사무실을 구현하고 있다”며“차량 안에서 호텔을 예약하고 이메일을 검색하고 팩스도 보내고 전화 통화도 하고 모든 것이 가능한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텔레매틱스의 기본인 교통정보 시스템은 이미 실시간 교통정보까지 가능할 정도로 발달했다.

여기에 휴대인터넷 와이브로,고속하 향패킷접속(HSDPA) 방식의 3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인터넷 접속 기반도 갖춰졌다. 교통정보 시스템과 이동통신망,관련 기술,단말기 등이 확보되면 차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면서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꿈의 카 라이프’가 실현될 수 있다.

관건은 단말기와 서비스 이용료,콘텐츠 확보 등이다.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내비게이션,휴대폰,PMP 등
다양하다. 기술만 놓고 보면 어떤 단말기로든 음성통화가 가능하다. 문제는 요금이다. 와이브로든 HSDP
A든 아직 서비스 보급단계라서 요금이 비싼 편이다. 인터넷을 연결한다해도 이용할 만한 콘텐츠도 턱없이
부족하다.

SK에너지 텔레매틱스 사업팀 문종훈 상무는“콘텐츠가 많아야 사람들이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할 것
이기 때문에 인터넷 포털 등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이동통신과 내비게이션 기술을 결합하면 차량진단 서
비스도 받을 수 있고 홈네트워크와도 연결할 수 있어 훨씬 편리한 카 라이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