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개혁·개방에 대한 인식차는 어느 정도 였을까.

노 대통령은 지난 3일에 이어 4일에도 김 위원장과의 인식차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2박3일간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남측으로 귀환하는 길에 "이번에(북측과) 대화를 해보니 남측에서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못마땅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서울에 가면 적어도 정부는 그런 말을 쓰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북측 입장에서는 불만스러웠던 점이 많았던 것 같다. 남북경협은 양측모두에게 필요하고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며 "일방적인 지원방향으로 갔을때는(북쪽이)자존심을 상해하고 쉽게 받아드릴수 없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개성공단에 들러서는 "그동안 개성공단이 잘 되면 북측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왔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이곳은 남북이 하나 되고 함께 성공하는 자리이지 누구를 개방·개혁시키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개혁·개방은 북측이 알아서 할 일이고,우리는 불편한 것만 해소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새로운 '개혁ㆍ개방론'을 설파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일 김 위원장과 오전 회담을 마친 뒤에도 "솔직히 한가지 쉽지 않은 벽을 느끼기도 했다"고 전제하면서 "남측이 신뢰를 가지고 있더라도 북측은 아직도 남측에 여러 가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라고도 전했다.

"우리는 개성공단을 (북한의) 개혁과 개방의 표본이라고 많이 얘기했는데,북측이 볼 때 역지사지(易地思之)하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는 것.

노 대통령이 인식차를 절감한 것은 북측으로부터 '개혁·개방=체제붕괴'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의 대북관계에서 개혁·개방이란 말은 신중하게 쓸 것으로 보인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