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대륙 횡단열차인 암트렉을 타고 남쪽으로 1시간 45분을 달려 만난 델라웨어는 작고 고즈넉한 곳이었다.

이곳의 면적은 5247㎢로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로드아일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주다.

하지만 델라웨어는 '세계 기업의 수도'로 불린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사의 절반,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무려 58%가 이곳에 서류상의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델라웨어에 적을 두고 있는 회사는 아마존 보잉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30만여개에 달한다.

왜 델라웨어로 기업들이 몰려들까.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세계적 화학기업 듀폰 관계자가 들려준 이유는 간단했다.

'세금과 규제가 적다'는 것이었다.

델라웨어엔 상품이나 서비스에 붙는 판매세나 부가세,개인 재산에 부과되는 재산세 등이 없다.

법인세도 8.7%에 불과하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도 인터넷을 통해 24시간 내에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잘 정비된 델라웨어의 회사법은 전세계 회사법의 모범으로 준용될 정도다.

참여정부는 4년반 전 출범과 함께 서울을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2년6개월 국정구상을 통해 "한국이 그것(동북아 금융 비즈니스 허브) 안 하면 죽게 생겼다"며 절박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9번째로 규제가 많은 나라다.

특히 투자와 생산성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진입 관련 규제의 경우 OECD 회원국 중 2위라는 평가다.

기업의 실질적인 세 부담을 나타내는 유효법인세율(법인세수를 과세대상 이익으로 나눈 값)은 25% 안팎으로 동북아 허브 경쟁국인 대만과 싱가포르에 비해 10~15%포인트 높다.

세계은행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환경 2008'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환경 순위는 지난해 23위에서 올해는 30위로 오히려 하락했다.

세계 각국이 미래의 생존 키워드로 비즈니스 허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만 뒤처지고 있다는 걱정은 기자만의 노파심일까.

윌밍톤(미 델라웨어주)=유병연 국제부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