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전문가들은 칠레 와인이 한국에 끼친 영향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와인은 상류층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 준 것"이라고 말한다.

프랑스·이탈리아 등의 전통 와인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급 와인을 즐기던 국내 와인 마니아들에게 남미의 칠레산 와인은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다가 2004년 4월1일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칠레 와인은 국내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2003년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수입 증가율이 98%에 이를 정도다.

올해도 프랑스에 이어 국내 시장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전망이다.

칠레 와인의 장점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칠레 와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싸구려 내수용 와인에 불과했다.

1989년 피노체트 군부정권 종식과 함께 외국 투자가 자유로워지고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던 프랑스와 미국의 유명 와이너리들이 칠레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하기 시작했다.

독수리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을 뜻하는 '알타이르'는 칠레 와인의 세계화가 낳은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 보르도 생테밀리옹 지역의 그랑 크뤼(grand cru,1등급) 와인을 만드는 샤토 다쏘와 칠레 대표 와이너리인 산 페드로가 제휴,2004년 첫 빈티지(2002년산,15만원)를 내놓은 것.칠레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곤살로 디아스(Gonzalo Diaz)가 '안데스 하늘에 있는 맑고 깨끗한 별'을 뜻하는 레이블을 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라즈베리,블랙 커런트 향이 코를 감싸면서 탄 소나무 껍질과 독한 하바나 시가 개잎갈나무향이 강하면서도 섬세하게 발산된다.

맛은 농밀함과 타닌이 느껴지지만 대체로 부드러운 느낌(엄경자 인터컨티넨탈호텔 와인 소믈리에)이다.

'알타이르' 외에도 국내 애호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칠레 와인 대부분이 글로벌 와이너리와 칠레 토착 기업의 결합을 통해 생산된 것들이다.

프랑스의 바롱 필립 드 로칠드와 칠레의 콘차이토로가 합작해 만든 '알마비바'가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1996년 빈티지는 1998년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91점을 획득,칠레 와인 역사상 최고 가격인 70달러에 거래되면서 칠레 와인의 명품화에 물꼬를 텄다.

'알마비바'는 칠레 와인 중 처음으로 보르도 와인 중개상을 통해 세계시장에 선보인 와인이기도 하다.

이어 이탈리아 명가인 안티노리와 칠레의 하라스 데 피르케가 합작해 '알비스'를,미국의 로버트 몬다비는 칠레의 에라주리즈와 제휴해 '세냐'를 선보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