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투명성 제고. 금융기관 합병 등 체질 개선 모색

지난 달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이 시작된 이후 독일의 모기지 전문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하는 등 유럽 금융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독일의 모기지 전문 대출기관인 IKB 은행은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의 독일 내 최대 피해자로 꼽히고 있다.

IKB는 신용경색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에 따라 IKB의 주요 지분을 보유한 국영 산업은행 KfW가 유사시 IKB 시가 총액의 5배가 넘는 81억 유로를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번 금융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작센 주립은행(작센 LB)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립은행(LBBW)에 인수됨으로써 가까스로 파산을 면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으로 인한 유로존(유로화 가입지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천억유로 이상의 자금을 긴급 투입했으나 아직 시장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유럽 증시도 이번 파동으로 요동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이 유럽에 전달된 직후인 8월 중순에 연일 폭락 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8월 16일에는 유럽 주식시장의 주가가 일제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여 하루 낙폭으로는 4년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이번 사태는 ECB의 금리정책 기조도 바꾸어 놓았다.

ECB는 7월 및 8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추이를 관망한 데 이어 9월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으나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으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금리를 동결했다.

ECB는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9월에 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당분간은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물가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ECB의 금리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에 나섬에 따라 ECB의 긴축 기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로존 13개국의 올해 성장전망치를 종전 2.6%에서 2.5%로, EU 27개 회원국은 2.9%에서 2.8%로 각각 0.1%포인트 낮추었다.

회원국 별로는 EU 최대 경제규모인 독일의 성장률이 2.5%에서 2.4%로 소폭 낮아졌으며 프랑스는 2.4%에서 1.9%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밖에 유로존 인플레이션도 당초 1.9%에서 2.0%로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수정 전망됐다.

ECB도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추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동의 여파가 커지면서 유럽 각국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 금융위기가 국제금융시장의 불투명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헤지펀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등 금융시장 투명화를 주창하고 있다.

독일은 헤지펀드가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헤지펀드 운용에 제한을 가하고 아울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헤지펀드의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금융계는 위기 적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페어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은 각 주의 주립은행들은 서로 결합해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제 은행간 인수합병을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금융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작센 LB가 LBBW에 인수된 것을 바람직한 사례로 소개하고 이 같은 은행간 통합은 외국투자자들의 인수 기도를 방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연례 금융인 회의에서 독일 금융기관들은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몇몇 대형 금융그룹으로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 저축은행협회의 하인리히 하시스 회장은 다음 인수합병은 LBBW와 WestLB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