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그린스펀 닮아가는 버냉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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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대형서점인 '반스앤노블'.문을 열자마자 몇 사람이 뛰어든다.
이들은 다른 책은 살피지도 않고 책 한 권씩을 빼들고 계산대에 다가선다.
이들이 산 책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회고록인 '격동의 시대'.근무시간을 쪼개 이날부터 시판되는 책을 잽싸게 사간 월가 사람들이다.
회고록을 펴낸 그린스펀 전 의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발언도 거침이 없다.
"이라크 전쟁은 석유 때문"이라든가,"부시 행정부는 정치논리로 경제정책을 재단하려 한다"는 등의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미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이 50%"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하기도 한다.
과연 애매모호하고 비유적인 표현의 대명사인 사람이었던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린스펀의 입에 관심이 쏠릴수록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사람이 벤 버냉키 FRB 의장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미 경기침체 가능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그는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그런 버냉키가 마침내 일을 저질렀다.
1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평소 "무분별한 투자를 일삼았던 사람들까지 구제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발언해온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깜짝쇼'다.
시장은 '버냉키 쇼'라든가,'버냉키 랠리'라는 말을 붙여가며 그의 깜짝쇼를 만끽했다.
"그린스펀 못지않은 순발력을 보여준 것"이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그린스펀이 위기 때마다 금리를 내려 위기를 돌파한 것을 나타내는 '그린스펀 풋'에 비유한 '버냉키 풋'이란 말도 다시 회자됐다.
물론 버냉키가 그린스펀을 의식해 큰 폭의 금리인하조치를 취한 건 아닐 것이다.
경제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아서 소신을 꺾는 결단을 내렸다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조치로 '그린스펀을 닮아간다'는 인식을 심어 줬다.
그린스펀을 닮아가는 버냉키가 퇴임 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그린스펀의 권위와 카리스마까지도 닮아갈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
이들은 다른 책은 살피지도 않고 책 한 권씩을 빼들고 계산대에 다가선다.
이들이 산 책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회고록인 '격동의 시대'.근무시간을 쪼개 이날부터 시판되는 책을 잽싸게 사간 월가 사람들이다.
회고록을 펴낸 그린스펀 전 의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발언도 거침이 없다.
"이라크 전쟁은 석유 때문"이라든가,"부시 행정부는 정치논리로 경제정책을 재단하려 한다"는 등의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미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이 50%"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하기도 한다.
과연 애매모호하고 비유적인 표현의 대명사인 사람이었던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린스펀의 입에 관심이 쏠릴수록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사람이 벤 버냉키 FRB 의장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미 경기침체 가능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그는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그런 버냉키가 마침내 일을 저질렀다.
1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평소 "무분별한 투자를 일삼았던 사람들까지 구제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발언해온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깜짝쇼'다.
시장은 '버냉키 쇼'라든가,'버냉키 랠리'라는 말을 붙여가며 그의 깜짝쇼를 만끽했다.
"그린스펀 못지않은 순발력을 보여준 것"이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그린스펀이 위기 때마다 금리를 내려 위기를 돌파한 것을 나타내는 '그린스펀 풋'에 비유한 '버냉키 풋'이란 말도 다시 회자됐다.
물론 버냉키가 그린스펀을 의식해 큰 폭의 금리인하조치를 취한 건 아닐 것이다.
경제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아서 소신을 꺾는 결단을 내렸다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조치로 '그린스펀을 닮아간다'는 인식을 심어 줬다.
그린스펀을 닮아가는 버냉키가 퇴임 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그린스펀의 권위와 카리스마까지도 닮아갈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