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마케팅.디자인… 글로벌 1등 기업만 골라 벤치마킹"

'제품혁신은 3M,마케팅은 P&G,제조혁신은 도요타,디자인은 IDEO.'

LG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진 기업들에 대한 벤치마킹에 나섰다.

남용 부회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해온 '글로벌 수준의 일하는 방법'을 최고의 '강사'들로부터 배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CEO)인 남 부회장을 포함해 고위 경영진이 모두 벤치마킹에 참여하는 등 '선진 기업 따라잡기'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남 부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지난 7월 미국 오하이오주(州) 신시내티의 P&G 본사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3M 본사를 방문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들 최고경영진이 조만간 일본 도요타와 미국의 세계적 디자인 회사인 IDEO에 대한 벤치마킹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벤치마킹에는 남 부회장을 비롯 백우현 CTA(최고기술자문·사장),이희국 CTO(최고기술책임자·사장),박민석 CSO(최고전략책임자·부사장),한승헌 글로벌브랜드마케팅팀장(상무),최명화 인사이트마케팅팀장(상무) 등 C레벨(부문별 최고책임자급) 경영진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벤치마킹 주제에 따라 각 사업본부의 본부장과 연구소장들도 출장길에 동행한다.

지난 7월 '마케팅 사관학교'로 불리는 P&G를 찾은 최고경영진은 소비자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시장조사와 제품개발,고객 접점에서의 효율적 커뮤니케이션 등 마케팅 전 과정에서의 선진 기법을 배웠다.

벤치마킹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번 방문에서는 특히 P&G의 개방형 혁신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90년대 말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었던 P&G는 신제품 아이디어의 절반을 회사밖에서 수혈하는 C&D(Connect & Development) 모델을 도입,큰 성공을 거뒀다.
LG전자 최고 경영진들 P&G와 3M에 왜 갔나?
이 관계자는 "P&G는 이를 통해 제품 개발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연구개발의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도 이 같은 '아이디어의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 3M에서 배운 것은 수많은 아이디어 중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아이템을 선별하는 노하우.3M은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수만 가지의 아이디어를 모두 제품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3M은 5단계의 관문(gate)를 거치며 아이디어의 옥석을 가리는 '게이트 어프로치(gate approach)' 제도를 도입했다.

조만간 있을 도요타 벤치마킹은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1차 벤치마킹이 제조혁신 시스템에 중점을 뒀다면,2차 벤치마킹에서는 도요타의 고객중심 경영을 집중 해부할 계획이다.

1차 벤치마킹에 동행했던 구본무 그룹 회장이 "우리가 도요타에서 배워야 할 것은 시스템과 제도뿐 아니라 철저한 고객중시 철학"이라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디자인 경쟁력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전자로서는 일류 디자인 회사 벤치마킹도 빼놓을 수 없다.

단연 세계 최고의 디자인 회사로 꼽히는 미국의 IDEO가 벤치마킹 대상.애플,인텔,나이키,네슬레 등 세계적 기업들에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하며 성장한 회사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에 대한 면밀한 관찰,브레인스토밍,비즈니스와 디자인의 균형점 찾기 등 IDEO의 강점들을 최대한 많이 배워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