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자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이 오랜 기간 몸담았던 국제 스포츠계를 떠난다.

IJF 회장 비서실은 7일 오후 두산그룹 총수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IJF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하고 그룹 경영에만 전념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박용성 회장은 1995년 IJF 회장에 당선된 뒤 2005년 3선에 성공했고 2009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지만 유럽세력들과 내부 갈등으로 인해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IJF 회장직을 사퇴함에 따라 박 회장은 IOC 위원직도 자동적으로 상실하게 됐다.

박 회장은 지난 2001년 국제연맹(IFs) 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IOC 위원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만 유일하게 IOC위원직을 지키게 됐으며 올림픽 종목 중 국제경기단체 수장은 강영중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장과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만 남게 됐다.

그러나 강영중 BWF 회장이 최근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연맹 이사회에서 `불신임' 위협을 받는 가운데 박용성 회장마저 사퇴함에 따라 국제스포츠계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12년째 국제유도계를 이끌던 박용성 회장이 갑자기 물러나게 된 배경은 비저 마리우스(루마니아) 유럽유도연맹(EJU) 회장과 갈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03년 총회때 부터 박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던 유럽연맹은 2005년 IJF 회장 선거에서 마리우스 EJU 회장이 박용성 회장에게 100-85로 패하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각종 행정에 사사건건 시비를 붙었다.

특히 지난 5월 개최된 아시아유도연맹 총회에서 유럽연맹이 지지한 오베이드 알 안사 쿠웨이트 회장이 당선되자 박용성 회장의 기반이 크게 약화됐었다.

힘의 우위를 확보한 유럽연맹은 오는 13일부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릴 2007세계유도선수권대회를 보이콧할 움직임마저 보여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유도의 위상이 크게 추락할 위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IJF 회장 비서실은 "회원국들의 새로운 변화 요구를 수용하고,국제유도계의 분열과 대결구도를 해소해 세계 유도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비서실 관계자는 "박용성 회장이 IJF 회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제분야에서는 'Global Doosan'달성에 올인하고, 스포츠분야에서는 2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