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추가 상승을 이끌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에 따라 지수가 등락하는 양상이다.

매수차익 잔액이 사상 최대에 달한 데다 오는 13일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매물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 코스피지수 1900선을 전후한 매물벽도 만만치 않아 당분간 박스권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매수차익 잔액 사상 최대

최근 코스피지수 결정권은 프로그램 매매로 넘어간 상황이다.

7일 프로그램이 순매도로 돌아서자 코스피지수도 하락했다.

반대로 전날 프로그램이 순매수를 기록하자 지수는 올랐고 순매도했던 5일은 지수도 여지없이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초만 해도 2조원대에 머물던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최근 5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 6일 기준 매수차익 잔액은 4조8119억원으로 4일의 최고치를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매수차익 거래는 현물과 선물가격을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매수해 안전하게 수익을 얻는 매매 기법으로 차후 반대매매(현물 매도+선물 매수)를 통해 이익이 확정된다.

매수차익 잔액은 지난 주말 4조원대로 진입해 이번 주에는 청산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을 앞두고 있어 매물 출회 위험이 더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은 매월 찾아오는 옵션 만기일에 비해 선물투자자들의 포지션 청산 욕구가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음 주 매물 출회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스프레드(선물 12월물 가격-9월물 가격) 결정력이 높은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따라 다음 주 프로그램 매물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선물을 매수해 베이시스가 호전될 경우 매물이 줄겠지만 매도로 방향을 잡을 때는 청산 매물이 대량 출회될 것"으로 내다봤다.


◆1900선 매물벽 상당할 듯

지난달 17일 저점 이후 증시는 조금씩 저점을 높여가고 있지만 지수 1900선을 앞두고 반등세가 주춤하고 있다.

증시 분석가들은 추가 상승을 이끌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역력해 당분간 박스권 탈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3개월간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을 지수대별로 분석한 결과 1750∼1950대가 68.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기간에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액을 지수대별로 나눠보면 1750∼1950선에서 7조1700억원이 들어와 총 유입액의 67.6%에 달했다.

1900선 안팎에서 매물 부담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물벽이 두텁게 쌓이는 구간은 손절매성 물량과 이익 실현 물량이 상충하는 가격대여서 지수가 매물벽에 도달하면 매도 물량이 쏟아져 다시 주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관망세가 뚜렷한 장세에서는 단번에 매물벽 돌파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임동민 동부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시장 대응보다는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광엽/박해영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