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PB(프라이빗뱅커)인 김모씨가 만나는 고객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은 자산가다.

한결 같이 자산을 별 탈 없이 관리했다가 자식들에게 잘 물려주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

고객들의 관심이 증여와 상속에 모아지다 보니 김씨의 전공은 자연스레 세법이 됐다.

반면 하나은행의 박모 PB는 세금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각종 부동산 개발 계획과 세계 증시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고객들 중 자수성가형 사업가가 많아 자산을 끊임없이 불려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은행 PB들도 고객 취향에 따라 유형이 세분화되고 있다.

주 고객층의 특성에 따라 PB들도 독특한 스타일을 갖게 된 것이다.

안선종 하나은행 PB영업추진팀장은 "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PB의 생명이기 때문에 PB들이 고객들에게 동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 PB업계에서 김씨 같은 사람을 '집사형 PB'로 부른다.

고객들이 대부분 부모 때부터 원래 돈이 있던 '올드 머니족'이어서 고객의 자산 증식보다 자산 관리에 치중한다.

또 수익률보다 절세에 신경을 쓴다.

고객들이 안정적인 부의 세습을 중시하기 때문에 고객의 부모부터 자식까지 집안의 내력을 꾀고 있어야 한다.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는 것도 기본이다.

올드머니족 중 명망가 집안을 전담하는 PB들도 있다.

가문 또는 일가 전체가 돈이 많은 '로열패밀리'들을 맡는 PB는 집안 간 또는 형제 간 재산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체 가문의 시각에서 부 증식을 도와야 한다.

형제 간 다툼 없이 원만하게 부가 세습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PB업계에서는 이들을 '패밀리 오피서형(Family Officer) PB'라고 부른다.

이런 방식의 PB서비스는 유럽 은행에서 시작됐다고 해서 유럽형 PB로도 통한다.

김은정 신한은행 PB고객부 재테크 팀장은 "유럽형 PB들은 집안의 미묘한 문제에도 관여하며 그 집안과 깊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참 PB들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유럽형 PB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미국 은행들이 발전시킨 미국형 PB가 있다.

이런 PB들은 고객 자산 관리보다 증식에 더 신경을 쓴다.

이들은 재무적인 부분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CFO형 PB'로 불린다.

이들 PB는 주로 자신이 직접 돈을 모은 자수성가형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자수성가형 고객의 높은 기대 수익률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식 및 부동산과 관련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수성가형 부자보다 자산 규모가 작은 고소득 연봉자나 전문직 종사자를 상대로 하는 PB도 따로 있다.

이들은 고객의 자녀 교육이나 노후 준비 같은 발등에 떨어진 불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재무설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런 PB들을 '재무설계사형 PB'로 부른다.

안선종 하나은행 팀장은 "재무설계사형 PB는 은행별로 정한 기준 내에서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PB들의 입문코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