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LG그룹의 유럽 디스플레이 공략 전진기지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LCD클러스터. 현지에서 채용한 기획담당 아그니에스카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게 내심 자랑스러운 표정이다.
지난해 5월부터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일하며 허허벌판이던 이곳이 유럽 LCD산업의 메카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일에 대한 열정에 놀랐다"며 "이곳 직원들도 한국인들의 열정을 배워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부터 양산에 들어간 LG전자 TV 세트공장은 78만평 규모의 클러스터(관련 산업집적지구) 안쪽에 위치해 있다.
공장 입구에는 '유럽 최고(Top In Europe)'라는 구호가 걸려있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30~40대의 폴란드 여성들이 TV조립에 여념이 없었다.
언제 익혔는지 능숙한 손놀림에 15초에 한 대꼴로 TV가 미끄러져 나왔다.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400~450유로 수준. 생산직 근로자 마르우슈노반씨는 "근무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월급 수준에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총 8800만 달러를 투자한 브로츠와프 공장은 총 8개의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다.
14명의 한국인 직원을 포함해 1450명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연간 250만대의 LCD TV를 만든다.
내년초부터는 유럽 시장을 겨냥,에어컨도 생산키로 했다.
클러스터 설립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물류비 절감. LG전자 TV공장에서 차로 약 3분 거리에 LG필립스LCD의 모듈 공장이 있다.
클러스터의 정중앙이다.
그 옆에는 LG이노텍과 LG화학,희성전자 등 부품업체 공장이 나란히 들어서 있었다.
과거 40인치 이상 대형 LCD모듈 하나를 한국에서 들여오는 데 약 57달러가 필요했지만 LCD부품업체들의 입주로 물류비용은 8달러로 줄어들었다.
김동년 LG필립스LCD(LPL) 관리담당 부장은 "생산된 LCD모듈은 바로 LG전자 공장으로 옮겨지는 만큼 물류창고가 필요없다"며 "이곳의 생산성을 파주 LCD클러스터 수준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LPL은 직원들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4월부터 400여명의 현지직원을 대상으로 한국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윤병도 LG전자 폴란드법인장은 "폴란드인들은 학력 수준이 높고 이해도가 빨라 연말까지는 생산성 목표를 맞출 수 있다"며 "2010년까지 1000만대의 LCD TV를 생산,유럽 LCD TV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츠와프(폴란드)=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