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상징 美製 냉장고…쿠바인들 '은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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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것이 오래된 것보다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남미의 쿠바에서 50년된 미국산 냉장고가 신형 중국산으로 대체되자 많은 쿠바인들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 사람들이 적국인 미국산 냉장고에 '비밀스러운 사랑'을 표하고 있는 셈이다.
1960년대 미국으로부터 교역 금수조치를 당한 쿠바는 이후 첨단 제품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가운데 1950년대 만들어진 미국산 냉장고는 크고 튼튼해 쿠바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장이 "전기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괴물"이라며 에너지 효율을 낮추는 원흉으로 미국산 냉장고를 지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는 대신 새 중국산 냉장고 30만대를 구입해 가정마다 보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반세기 동안 끈질기게 버텨온 '미 제국주의'의 산물은 부엌에서 물러나게 됐다.
하바나에 사는 47세 요리사 모라이마 헤르난데스는 24년간 써온 분홍색의 커다란 미국산 냉장고를 최근 희고 작은 중국 하이얼 냉장고로 교체했다. 그는 "정부가 나의 신사를 뺏아가고 조그만 남자로 바꿔놨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쿠바 정부는 카스트로의 시책을 따를 경우 애국심을 표현할 좋은 기회가 된다며 각 마을과 가정을 설득하고 있다. 전기세 절약 등 다양한 혜택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평균 연봉을 훌쩍 넘는 200달러 선인 중국산의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또 미국산보다 소음은 적게 나지만 가볍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1960년대 미국으로부터 교역 금수조치를 당한 쿠바는 이후 첨단 제품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가운데 1950년대 만들어진 미국산 냉장고는 크고 튼튼해 쿠바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장이 "전기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괴물"이라며 에너지 효율을 낮추는 원흉으로 미국산 냉장고를 지목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정부는 대신 새 중국산 냉장고 30만대를 구입해 가정마다 보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반세기 동안 끈질기게 버텨온 '미 제국주의'의 산물은 부엌에서 물러나게 됐다.
하바나에 사는 47세 요리사 모라이마 헤르난데스는 24년간 써온 분홍색의 커다란 미국산 냉장고를 최근 희고 작은 중국 하이얼 냉장고로 교체했다. 그는 "정부가 나의 신사를 뺏아가고 조그만 남자로 바꿔놨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쿠바 정부는 카스트로의 시책을 따를 경우 애국심을 표현할 좋은 기회가 된다며 각 마을과 가정을 설득하고 있다. 전기세 절약 등 다양한 혜택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평균 연봉을 훌쩍 넘는 200달러 선인 중국산의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또 미국산보다 소음은 적게 나지만 가볍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