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헤지펀드 추월…메릴린치ㆍJP모건 등 유치 경쟁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를 잡아라.'

대형 투자은행들이 최근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른 국부펀드를 고객으로 삼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메릴린치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국가 외환보유액으로 해외투자에 주력하는 국부펀드의 자산운용과 관련된 자문을 하거나 아예 국부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준비하기도 한다. 또 런던 홍콩 일본 등지에 국부펀드 전담팀을 신설,시장선점 경쟁이 불붙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지난달 뉴욕연방은행 출신인 디노 코스를 영입,국부펀드 영업 경쟁에 뛰어들었다. 메릴린치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은행업 영업 허가를 받았다. 사우디의 국내외 고객을 중심으로 투자은행 상품과 자산관리 솔루션,인수합병(M&A) 자문 등을 제공하는 동시에 국부펀드 고객 유치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국부펀드의 규모는 세계 헤지펀드를 합한 것(1조7000억달러)보다 더 큰 2조5000억~2조6000억달러대다. 모건스탠리는 이 자산이 2015년까지 12조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젠 통화연구팀장은 "국부펀드는 자산운용 규모가 크고 장기투자를 하는 데다 단기적인 금융시장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용경색 상황에서 사모펀드들이 차입매수(차입을 통한 기업인수)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사이에 국부펀드들이 기업 M&A건을 가로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메릴린치에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 투자은행업무를 총괄하는 제프리 컬페퍼는 "요즘 투자 기상도를 보면 국부펀드에 엄청난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며 "국부펀드는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경쟁자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과 유통업체 세인즈버리,북유럽 증시인 OMX,오클랜드 공항 등의 지분을 의미있는 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한편 국부펀드보다 운용자산이 더 큰 데도 보수적 투자로 일관해 관심을 덜 모았던 주요국 연기금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노령화가 가속되면서 연기금의 재정적 부담이 가중돼 해외자산이나 주식 같은 고위험 고수익 자산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G10(선진 10개국) 연기금펀드들의 해외자산 비중은 19%에 머물고 있다. 스티븐 젠은 이 비중이 30%까지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연기금투자펀드(GPIF)의 경우 향후 2년간 580억달러 규모의 해외자산을 사들이기로 했다. 추후 1500억~2000억달러의 해외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고 FT는 전망했다. 스티븐 젠은 수년 내 세계 금융시장의 지형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G10의 연기금은 4조4000억달러로 G10의 국부펀드(2조6000억달러)를 앞서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