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에서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사상 최고 수준인 1조2665억원의 프로그램 순매수가 유입되며 뜀발질했던 증시는 3일 매물 압박에 시달리며 약보합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흘만에 하락 반전해 2% 넘게 밀려나고 있고 한국전력과 신한지주, SK텔레콤 등이 약세권에 머무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프로그램 매물 출회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있었던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이 시장의 분위기가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언제 후폭풍이 불어닥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경계의 눈빛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대투증권의 서동필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베이시스 강세가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변수 중 하나라고 한다면, 시장 분위기는 분명 가격 조정에 대한 우려를 뒤로하고 앞으로 전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중순까지만해도 백워데이션을 벗어나지 못했던 베이시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매수세 유입으로 지난달 22일 이후 컨탱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선물환 매수(=매도 포지션 청산)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투기 세력들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물 시장에선 지속적으로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외국인들이 선물에 계속 베팅할 경우 베이시스는 계속 벌어지게 되고, 프로그램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게 된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3일부터 3일을 제외하곤 연일 선물을 대거 사들이고 있고, 시장 베이시스는 지난 29일과 30일 1.4~1.7포인트까지 치솟는 강세를 보였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다.

시장에 유입된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매물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주가 변동성을 한층 더 늘릴 수 있는 요인이다.

키움증권의 이영 연구원은 "매수차익잔고가 4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프로그램 매물 출회에 따른 수급 불안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9월 선물과 12월 선물간의 스프레드가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다음주로 예정돼 있는 9월 만기까지 프로그램 매물이 일부 출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프레드가 약세를 보이게 되면 만기시 매수차익잔고가 롤오버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31일 기준으로 허수를 제외한 실질 매수차익잔고는 약 3조원 정도이며, 인덱스 펀드의 현물 스위칭 물량과 신규 매수차익잔고가 각각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베이시스 강세에도 불구하고 실질 매도차익잔고 역시 약 1조5000억원 가량 남아있어 수급 조건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모기지 관련 이슈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시설 폐기 합의 소식 등이 전해지고 있어 국내외 증시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 "사상 최고치에 달하고 있는 매수차익잔고가 수급 리스크로 작용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심상범 연구원은 "베이시스 방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매 향방이 중요하다"면서 "선물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지속될 수는 있지만 신규매수(=미결제약정 증가)가 따라오지 않는 이상 여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들의 '사자'가 계속되는 한 컨탱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으로 역회전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매수차익잔고가 본격적으로 청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만기일에 다가갈수록 베이시스가 0.0P에 수렴하게 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베이시스의 등락에 의해 백워데이션으로 반전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이 경우에도 차익잔고가 청산되는 시기는 만기 직전이 가장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