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의 자본시장 CEO 간담회 메시지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테니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금융환경변화에 맞춰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인재양성과 해외진출에 주력해 국민경제를 선도하는 핵심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고객의 '신뢰'와 시장의 '평판'을 얻는 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불공정거래 척결의지도 밝혀 금융시장 감독관행과 제도가 달라짐 것임을 시사했다.


◆2개 안팎 증권사 연내 신설 전망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신규진입 허용과 관련해 "2~3개사가 증권사나 운용사가 시장에 진입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이 좋은 상황이어서 신규진입 허용이 만만찮은 일자리 창출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감독당국 고위관계자도 "밥이 다 됐다"고 말해 증권사 신설 허용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가 완료단계임을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해 보면 연내에 2개 안팎의 증권사 신설이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또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로 은행권은 자신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며 "자본시장과의 관계 조율에 신경쓰고 강력한 투자은행(IB)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규진입 후보로 국민 기업 등 대형 은행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한 증권사 사장은 "며칠 전 국민은행이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발전,은행과 보험 등의 복합비지니스를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지주회사 추진의사를 밝힌 건 신규진입을 염두에 둔 포석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재양성과 해외진출 독려

김 위원장은 "증권업은 사람이 경쟁력"이라며 인재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선진 IB(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요소로 우수한 인력양성을 꼽았다.

인재확보는 신규진입 허가의 척도로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진입을 신규허용할 경우 사람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데 스카우트와 같은 예전방식은 '제살 깎아먹기식'이라 안 된다"며 "인력수급계획을 신규허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또 선진IB가 되기 위한 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증권업계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해 스스로 경쟁우위가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상품개발 영업관행 리스크관리 등을 선진화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해 달라"는 주문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자산운용업의 경우 풍부한 유동성,기업구조조정 경험,뛰어난 IT인프라 등을 비교우위로 삼아 전문인력 확충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해외시장진출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우량 비상장기업 발굴과 회사채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기업별 특성에 맞는 상품개발과 채권 유통시장의 투명성과 경쟁력 제고에 힘써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여러가지 얘기를 했지만 특히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지적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사장은 "증권사가 증권범죄에 이용된다는 것은 법적인 책임 이전에 회사의 평판을 좌우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자율적인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해 달라는 주문을 강하게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큰 종목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경보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불건전한 주문을 내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정보를 증권사 간 공유해 주가조작 개연성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과거 불공정거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적발되거나 조사에 불응할 경우 가중처벌할 방침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