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유상증자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사업자회사인 SK에너지 주주들과 주식 맞교환에 나선 것은 경영권 안정을 위한 자구책이다.

또 소버린 사태와 같은 해외 헤지펀드의 적대적 M&A(인수·합병)로부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가 대주주인 SK C&C가 SK에너지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대신 SK㈜의 신주를 배정받으면 그룹 지주회사인 SK㈜에 대한 최 회장과 SK C&C의 지분율은 최대 30% 안팎으로 높아진다.

여기에 SK㈜의 자사주(14%)까지 합치면 우호지분은 최대 40%대를 넘어 적대적 M&A 차단은 물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공개매수 왜?

SK㈜는 왜 전격적으로 유상증자 및 공개매수를 추진하게 됐을까.

최대주주인 SK C&C와 최 회장 입장에서는 SK에너지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에 응하고 SK㈜ 지분을 받는 것이어서 SK에너지 가치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지난달 25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 후 재상장 당시 SK에너지 1주 가치는 SK㈜ 주식 0.69주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해 증시가 출렁이면서 SK㈜ 주가는 크게 하락한 반면 SK에너지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SK에너지를 넘겨주고 최대한 많은 SK㈜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물론 공개매수 가격 및 규모에 따라 최 회장과 SK C&C의 확보 가능한 주식 규모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최근 SK에너지 1주당 가치는 SK㈜ 0.85주까지 높아진 상태(24일 종가 기준)"라며 "공개매수를 결정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SK 측은 당초 SK C&C와 최 회장 등의 대주주가 SK에너지 지분을 넘기는 대신 SK㈜가 보유 중인 자사주를 받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가치 하락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자사주가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에 동원된다는 일각의 지적을 감안해 신주 발행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안정될 듯

SK㈜의 유상증자 및 공개매수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SK㈜는 SK에너지 주식 공개매수에 참여한 최 회장과 SK C&C에 새로 발행된 SK㈜의 신주를 배정한다.

대신 SK㈜는 최 회장과 SK C&C로부터 SK에너지 주식을 현물로 출자받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최 회장과 SK C&C의 SK㈜에 대한 지분율은 크게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SK㈜는 SK에너지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 자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지분요건(20% 이상 보유)도 충족하게 된다.

◆글로벌 도약만 남았다

지배구조를 한층 단단하게 다짐으로써 SK는 이제 '제2의 소버린 사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룹의 역량을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쏟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SK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및 지배구조 안정화 작업을 마무리하면 생명공학을 포함한 신규 사업 추진이나 글로벌 M&A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