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경북 경주시 외동읍 입실리.이곳에선 끝자릿수가 3,8일로 끝나는 날에 입실 오일장이 열려 하루 평균 5000여명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4∼5년 전 주변에 모화중소기업공단이 들어오면서 농민들이 하나 둘씩 고향을 떠나 5일장이 한때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경주시가 입실오일장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현대식 장터로 개조한 후부터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 2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여주 신륵사 주변 남한강변.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신륵사 건너편 조포나루에는 황포돛배 2척이 관광객을 싣고 유유히 강을 가로지른다.

선착장 인근에는 시골 할머니들이 길게 늘어선 좌판에서 우렁이 수수 씨암탉 등을 파느라 북적댄다.

여주군이 2003년과 2005년에 황포돛배 2척을 옛 모습으로 만들어 5일장과 연계한 여주 남한강의 관광명소로 육성한 후의 모습이다.


전국 곳곳의 5일장들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지닌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5일장 방문 바람이 웰빙과 체험관광을 중시하는 가족단위 젊은층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과 편리해진 교통망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몇 년 새 전국 각지에서 5일장이 부활하면서 5일장 관련 관광상품도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5일장 관광수요가 일정 궤도에 오르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여행사다.

홍익여행사의 경우 한 달에 4회 정도 운영되던 5일장 투어 기차여행 상품을 하반기에는 한 달에 5회 이상으로 늘리고 여행성수기인 10월에는 약 12개의 5일장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활성화된 5일장의 상당수는 도시민들이 다양한 관광지와 축제 등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체험거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지역 특산물과 농작물을 직접 구매 할 수 있도록 한 것.

전남 장흥군 마케팅과 김동옥 생태체험계장은 "장흥5일장의 경우 하나투어 등의 토요시장 연계상품 판매에 힘입어 1000∼2000여명의 관광객들이 주말마다 찾고 있다"며 "장터 상설무대에서 각설이 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와 굴렁쇠굴리기 도자기빚기 천연염색 등의 체험행사도 열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가족과 함께 5일장 투어를 다녀온 직장인 이규현씨는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 할 수 없다"며 "서울에서는 이미 사라진 옛 풍경을 다시 보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들의 생존을 위한 변신노력도 5일장 부활에 큰 역할을 했다.

경주 입실장의 경우 다른 재래장터와 달리 난상들이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임대장터를 설치해 놨다.

100여명의 소매상인들이 저가의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무분별한 자리잡기 경쟁을 막은 것.김칠암 입실시장 번영회장은 "지저분하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도시 사람들이 이제는 웰빙바람을 타고 5일장이 열릴 때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구포5일장은 최근 아케이트 등을 설치한 뒤 되살아났다.

5일장 방문객이 늘면서 지역경제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코레일에서 마련한 전북 익산5일장 상품을 이용한 승객 중 상당수는 익산 보석박물관에서 몇 시간 동안 4000만원대 보석을 구입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인삼의 80%가량이 유통되는 금산5일장은 장날 하루 거래량이 200t(88억9000만원)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 금산 5일장을 다녀간 관광객은 104만명에 달했다.

부산 구포시장 상인회 이병두 소장은 "주변시설과 교통이 좋아지면서 옛 향수를 느끼려는 외지인과 할인점보다 20% 이상 싼 가격에 덤으로 주는 흥정에 재미를 느낀 분들이 5일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욱/부산=김태현/여주=김인완/울산=하인식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