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국립공원의 북단에 있는 시로우마다케(白馬岳·해발 2932m)의 웅장한 산세는 자연 앞에 선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왜소한지를 절감케 한다.
신들의 영역인 양 하늘과 연결된 신비한 자태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북 알프스'라는 별칭에 걸맞게 에베레스트나 K2 등 세계 최고봉 등반을 꿈꾸는 알피니스트,고산의 자연을 체험하려는 트레킹족,자연의 생생함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찾는 이가 다양하다.
산에 오르려는 인간의 마음을 잡아두고도 남을 자연의 위엄과 아름다움이 시로우마다케 루트에 있다.
하쿠바 마을의 작은 숙소를 떠나기 전부터 찌푸렸던 날씨는 대설계(큰 눈이 쌓인 계곡)를 지나면서 최악의 상태를 보인다.
운무가 짙어지면서 희미하게나마 보이던 봉우리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바람도 거세진다.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애써 오른 길을 단 몇 초 만에 되돌아가는 참담함(?)을 감수해야 한다.
군데군데 피어난 고산 야생화들이 거센 바람에 몸을 낮추고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트레커를 바라보고 있다.
힘겨운 도전을 응원해 주는 반가운 친구들이다.
설련화 또는 얼음새꽃이라고 불리는 복수초도 웃어준다.
능선엔 바람이 더 거세다.
하루를 묵어 갈 산장이 코앞이지만 짙은 운무에 보이지 않는다.
다소 소박한 등산로는 일본 사람들의 높다는 안전의식과는 달리 매우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투박하면서도 신선한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상쾌함을 선사한다.
'자연은 잠시 쉬어가라 쉼표를 찍어준다'했던가.
자연을 등에 깔고 누운 트레커들.여기서 잠이 들면 영원히 잠들고 말 것만 같다.
동행의 극성스런 수다에도 눈꺼풀의 무게는 결국 간밤의 기억을 전부 소멸시키고 만다.
이튿날 태풍이 들이닥쳤다.
먼저 떠난 이들 중 강한 바람에 밀려 산장으로 되돌아오는 이가 많다.
세 시간을 기다려서야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거센 바람에 드리웠던 운무가 걷히는가 싶더니 이내 훤해지고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야생화들은 더욱 환히 웃는다.
천상의 화원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비개인 후의 능선길은 더욱 편안하게 일행을 반긴다.
등반루트 중간에 호수가 있다.
백마대지(白馬大池).규모가 너무도 커 호수라기보다 바닷가에 와 있는 느낌마저 준다.
한참을 내려서다 보면 이번에는 연못다운 연못이 나타난다.
텐구바라(天狗原)습지다.
해발 2300m 부근에 이러한 습지가 있다니 며칠 묵어가면 좋을 듯싶다.
편안한 하산길이 이어지며 쯔가이케 자연원에 다다른다.
해발 1900m에 있는 고원습지로 한국에서는 볼 수 없으며,일본에서도 독특한 생태환경을 갖춘 공원이다.
이곳은 빙하시대부터 유래한 다양한 고산식물과 꽃들이 피어 장관을 이루고 가을에는 단풍이 빼어나다.
공원 내에는 5.5㎞의 나무다리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고 자연공원의 생태계 표본과 자료들도 전시돼 있다.
travel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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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여행사, 95만원대 시로우마다케 트레킹 ]
푸른여행사(1600-8848)는 일본 북알프스 시로우마다케 트레킹 여행을 안내한다.
3박4일 일정으로 대항항공을 타고 매주 금요일 출발한다.
95만원대부터.일본 고미츠공항까지의 비행시간은 1시간40분.도야마를 경유해 하쿠바 츠카이케고원(838m)으로 이동한다.
약 3시간 소요.
정상에 오르는 등반코스와 2200m의 텐구바라까지 산행하는 코스 두 가지다.
등반팀은 산행시작점인 사루꾸라로 이동해 1560m 높이의 하쿠바시리산장을 거쳐 대설계에 도착한다.
이어 희난고야를 넘어 시로우마산장에 도착해 여장을 푼다.
산행 소요시간은 7시간가량.이튿날 오전 7시 산장을 출발해 8시경 정상에 도착한다.
트레킹 팀은 츠카이케 자연공원 주변 2~3시간 정도의 가벼운 트레킹으로 시작해 텐구바라에 이른다.
이튿날 오전 케이블카와 곤돌라를 이용해 하산한 후 오가사와라로 이동,다테야마 알펜루트를 관광한다.
이어 트롤리버스를 이용해 구로베 댐을 둘러본 후 오오마치 온천지구에서 온천욕을 한다.
마지막 날 밤 미츠노키데 호텔에서 두 팀이 만나 만찬을 즐긴다.
식사는 산장식,호텔식,도시락 등 다양하게 제공된다.
트레킹 팀은 유람선 탑승료(1인 930엔)와 알펜루트 관광(1인 6300엔)에 필요한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