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감독,고르바초프와 클린턴 전 대통령 등 국내외 유명인사 1000명으로부터 사인을 받은 신현식씨(61).경기도 여주에서 농사를 짓는 그는 16세 때부터 40년 동안 특유의 노하우로 사인을 받아와 '사인맨'으로 불릴 정도다.

"히딩크 사인만 여섯 번을 받았어요.

경주에서 경기가 있었을 때는 그의 차를 1시간이나 쫓아가 결국 사인을 받아냈죠."

신씨의 집에는 유력 정치인에서 스포츠 스타와 인기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유명인사들의 사인과 사진이 빼곡하다.

"처음 사인을 받은 건 열여섯 살 때였어요.

동네 교회에 미국인 선교사가 와서 설교를 했는데 어찌나 재밌게 잘하던지 그 모습이 인상 깊어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죠." 첫 사인을 받고 감동을 느낀 그는 그날 이후 유명인들과의 만남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사인을 받기 시작했다.

철통 경호와 발 디딜 틈 없는 인파 속에서도 당당히 사인을 받아내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매일 아침 5시면 라디오와 TV 뉴스를 꼭 들어요.

신문에서는 인물 코너를 눈여겨보고요.

그리고 사인 받고 싶은 사람의 일정을 달력에다 꼼꼼히 표시하죠."

2000년에는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사인을 받기 위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또다시 뉴욕으로 이동하며 4일간의 숨바꼭질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영부인이었던 힐러리의 사인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지만 백악관으로 편지를 보내 한 달 만에 우편으로 대통령의 사인을 얻을 수 있었다.

3년 후에는 방한한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사인을 받아냈다.

"눈치도 동작도 빨라야 돼요.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이 포착되면 펜과 종이를 상대방의 턱밑으로 바짝 들이대는 거죠.멀찌감치 떨어져서 해달라고 하면 절대 안 해줘요."

그러나 사인 받기의 달인인 신씨도 실패한 적이 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방한했을 때 경호원이 신씨의 의도를 눈치채고 접근을 원천봉쇄한 것.

정 현 인턴기자(한양대 신문방송학과) opentaij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