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장에 이어 17일 '엔 쇼크'가 한국 외환 시장과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100엔당)은 전날보다 30원13전 오른 844원57전을 기록,지난해 5월23일(848원91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고수익 국가에 투자하는 행위)' 청산으로 일본 엔화가 달러당 112엔대로 떨어지는 초강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원.엔 환율은 최근 일주일 만에 54원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은 한 달 전에 비해서는 100원이 올랐다. 10억원의 엔화대출을 받았다면 한 달 만에 환차손만 1억3400만원에 이른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도 올랐다. 전날보다 4원10전 오른 950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에 비하면 18원50전 오른 것이다.

환율이 추가로 더 오르면 선물환 매입을 통해 수출물량(달러)을 이미 처분한 기업들의 외환손실이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조선업계의 경우 상반기 중 200억달러의 선물환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달러 결제를 최대한 미루는 환 테크를 해온 만큼 또 다른 손실이 우려된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들과 기업이 국제 금융시장 경색으로 외화차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외환보유액을 풀어서라도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엔 쇼크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53.91포인트(3.19%) 하락한 1638.07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펼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도 15.59포인트(2.26%) 내린 673.48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 주가는 엔화 강세에 대한 부담으로 주요 수출 기업 주가가 하락하며 874.81엔(5.42%) 급락한 1만5273엔으로 마감,사흘 연속 올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하락폭은 7년4개월 만의 최대치다.

전날만 해도 1.28% 하락에 그쳤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이날 2.28% 떨어져 지난 1일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홍콩H지수(3.16%)와 대만 가권지수(1.35%)도 급락하는 등 아시아증시 전체가 엔화 급등의 후폭풍에 휘말렸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엔.달러 환율이 급락하며 엔캐리 청산에 대한 부담감이 아시아 증시를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현승윤/박성관/김용준 기자 hyunsy@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