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지수 급락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던 투자자들은 17일 아침부터 전날 하락 폭이 반영된 펀드 기준가를 보고 또다시 큰 충격을 받았다.

16일 코스피지수 하락률(6.93%)보다 큰 7%대 이상 손실이 난 펀드가 국내 전체 성장형 펀드 228개의 65%인 148개에 달했기 때문이다.

17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펀드의 시가총액 지표인 순자산총액은 지난 16일 280조2200억원으로 전날보다 7조745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출시돼 인기를 모았던 Y자산운용사의 중소형주 인덱스 펀드는 하루 만에 무려 10%대의 하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형주보다 중형주와 소형주의 낙폭이 훨씬 컸기 때문에 중소형주 인덱스 펀드의 손실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펀드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한 중국 펀드와 최근 인기를 모았던 라틴아메리카 펀드가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 운용사인 M사의 대표 중국펀드 기준가는 하루 동안 무려 9.01%나 떨어졌다.

또 M사의 라틴펀드와 S사의 동남아 펀드도 9%대의 손실을 봤다.

하루 동안 예금 금리의 두 배 가까운 손실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펀드에 처음으로 투자한 직장인 김모씨는 "여유자금 2000만원을 국내외 주식펀드에 분산 투자했는데 한 달 봉급이 하루 만에 날아가버린 사실을 알고 숨이 막혔다"며 "16일에 이어 17일에도 국내외 주가가 하락한 데다 홍콩 H지수도 폭락세를 보여 이제 펀드 기준가를 확인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주가가 1600선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면 펀드 환매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영증권은 이날 "올해 초부터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유입된 자금의 평균 주식 매수 단가는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1700~1750 수준"이라며 "직접 투자자와 달리 펀드 투자자들은 손실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주가가 1600선에서 오래 머물 경우 환매 유혹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과거 주가가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할 때 펀드 투자자들은 주가의 대세 하락을 우려하며 환매에 나서는 경향을 보였는데 최근 고점인 2000포인트에서 20% 이상 주가가 하락해 1600선이 무너질 경우 환매 압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 펀드 환매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출입 동향을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