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텔레콤, KT 등 굴지의 대기업에 인수된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인수 당시 기대와 달리 대체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보다 다소 규모가 작은 동국제강과 동양제철화학에 인수된 DK유아이엘소디프신소재는 호전된 실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SK텔레콤에 인수된 엔터테인먼트사 IHQ는 지난해 영업손실 26억7100만원, 당기순손실 54억2200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47억8000만원, 순손실 78억97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205억9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10% 감소했다.

올해 최대주주인 SK텔레콤과의 시너지 효과로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것과 달리 저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2005년 인수한 서울음반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167억2300만원으로 43.9%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22억7400만원으로 오히려 확대됐다.

지난해 7월 CJ에 인수된 엠넷미디어도 상반기 영업손실 87억4550만원, 순손실 91억2200만원으로 전년동기보다 손실폭이 크게 확대됐다. 매출액은 220억1650만원으로 전년동기보다 89.7% 늘었다.

지난 3월 제일모직에 인수, 삼성그룹에 편입된 에이스디지텍은 지난 상반기 매출액 198억6400만원, 영업손실 107억86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59%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두배 이상 늘어났다. 당기순손실도 92% 증가한 165억6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에이스디지텍은 삼성그룹 효과로 하반기부터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이스디지텍이 제일모직의 자본력 및 영업력 시너지효과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삼성전자 국산화 전략에 따라 10%대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에이스디지텍의 삼성전자 모니터용 편광필름 공급이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며 3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74.3% 증가한 612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도 35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휴대폰 키패드를 통해 고성장세를 지속해오던 유아이엘은 지난 2005년 동국제강으로 피인수된 이후 주거래처인 삼성전자 등의 물량 감소로 사업이 급격하게 악화됐었으나 올들어 실적 호전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은 712억450만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6%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0억8600만원, 32억65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교보증권은 올해 유아이엘이 매출액 1597억원, 영업이익 77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턴어라운드에 완벽히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8월 동양제철화학에 인수된 소디프신소재도 상반기 호전된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소디프신소재의 매출액 403억5100만원, 영업이익은 98억4300만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보다 37%, 64% 증가했다. 순이익도 61억2900만원으로 29% 늘었다.

삼성증권은 소디프신소재에 대해 NF3(삼불화질소)의 성장에다 모노실란이 새 수익원으로 가세하며 하반기에도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펀드 매니저는 "대기업이 중소형사를 인수하는 것은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중소형사들 고유의 문화와 대기업의 문화가 융화되어 실적이 개선되기까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