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과연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음 회의인 9월18일 이전에 '임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는 '기대반 압력반'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FRB는 지난 7일 FOMC에서만 해도 '경제는 괜찮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9일부터 확연히 달라졌다.

9일 240억달러,10일 380억달러를 시장에 퍼부으면서 조기 진화에 나섰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유동성 공급이어서 FRB가 이번 사태를 간단치 않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역으로 FRB의 대처가 늦었다는 '버냉키 비판론'도 불거지고 있다.

FRB가 이런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함에도 불구하고 시장불안이 지속될 경우 다음에 검토할 수 있는 카드는 기준금리 인하다.

금리 인하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유동성 공급만으론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용경색의 근본 원인인 서브프라임 부실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하려면 금리를 내려 주택경기에 숨통을 터주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신용경색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조짐이 역력한 만큼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들은 1998년 롱텀캐피털 파산 사태 때 금리를 내려 사태를 진화했던 그린스펀 전 의장처럼 버냉키 의장도 이번에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릴린치 애널리스트인 조셉 샤츠는 "선물시장에서 연방기금 금리 선물 가격은 다음 주에 금리 인하를 위한 FOMC 회의가 열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해 시장에 팽배한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은 버냉키 의장을 비롯한 FRB 간부들이 모두 물가 잡기를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파이터(싸움꾼)'들이다.

지난 7일 열린 FOMC에서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박아 놓고 곧바로 뒤집기에는 스스로가 논리적으로 쉽게 용납할 수 없다.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FRB는 이미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고 있지만 통계로 확인하기 전에 움직이지 않으려는 FRB의 속성상 쉽게 금리 인하를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금리 인하를 통해 신용경색이 진정된다는 보장도 없다.

자칫하면 부실대출을 일으킨 사람들의 피해를 정부가 대신 떠안아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나쁜 선례만 남기게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자 사설에서 "양산된 부실 대출은 시장에서 깨끗하게 해결돼야지 정부의 지원에 의해 유지돼서는 안 된다"며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시장이다.

FRB가 의도한 대로 안정국면에 들어서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멀어지는 반면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경우 FRB는 결국 금리 인하 카드를 심각하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