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박지영 컴투스 대표‥ 한국 게임기술 최고지만 기획인력은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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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모바일게임 회사인 컴투스가 지난달 초 코스닥에 상장했다.
컴투스는 200개가 넘는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주력 사업은 모바일게임 개발이다.
모바일게임이란 '휴대폰으로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문화관광부가 발간한 '2007년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390억원.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크다.
전체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하지만 성장세는 매우 빠르다.
대학 4학년 때인 1996년 여름 현재의 남편인 남자친구와 함께 컴투스를 창업한 박지영 대표(32).창업 11년(법인 등록 9년) 만에 코스닥 상장을 실현한 박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컴투스 상장이 게임업계에서 단연 화제입니다.
"모바일게임 회사로는 처음 상장했기 때문이겠죠.사실 2003년에 한 번 떨어져 '재수'했어요.
모바일게임 산업에 대한 확신을 수치로 증명해야 했는데 당시에는 시기상조였죠.패인을 분석해 철저히 준비했어요.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는데 '컴투스 상장이 모바일게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해요.
상장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기존 사업계획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다만 우리 회사 덕분에 돈버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최근 온라인게임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캐릭터가 귀여운 온라인 골프게임을 2년 전부터 개발했어요.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컴투스를 알리고 싶어 시작한 거죠.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요즘 모바일게임 회사들이 온라인게임에 관심이 많아요.
이젠 게임 플랫폼(환경)을 모바일게임,온라인게임 식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플랫폼을 넘나드는 시도는 필수가 될 것입니다."
-컴투스에는 '히트작'이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임이 많은데요.
"세계 최초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모'를 비롯해 다운로드 500만건을 기록한 '미니게임천국' 등 다양한 편이에요.
오랜 기간 모바일게임을 개발한 노하우와 기술력이 쌓인 결과겠죠.기술인력이 전체의 65%로 많은 편입니다.
창업 초기에 합류한 연구개발 인재들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죠."
-이동통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모바일게임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기겠죠?
"휴대폰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풀브라우징(휴대폰으로도 유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 PC를 닮은 휴대폰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모바일게임 환경이 많이 달라진 거죠.이동통신사들은 온라인게임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기에 맞춰 정액제도 다양해지겠죠."
-그럼 모바일게임은 어떻게 되나요.
"휴대폰이 통화만 하는 전화기가 아니라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가장 빨리 제공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모바일게임 이용자 비율이 2세대 휴대폰에서는 15%였지만 3세대폰에서는 30%로 뛰었다는 조사가 있어요.
이런 변화는 잘만 활용하면 모바일게임이 더 큰 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국내 시장이 좁지 않나요.
온라인게임처럼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 같은데….
"맞아요.
컴투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중국 베이징에 지사를 개설했어요.
미국 AT&T,유럽 보다폰,중국 차이나모바일,일본 NTT도코모 등 세계 40개 국가의 많은 통신사업자가 컴투스의 고객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게임을 로열티를 받고 공급하기도 하고 다른 회사가 만든 게임을 대신 공급하기도 하죠.그런데 해외 사업에는 변수가 많아요.
국가별,통신사별 휴대폰 성능이 천차만별이라 게임을 일일이 뜯어고쳐 줘야 해요.
국민성에 따라 게임 취향도 다르니 그것도 감안해야 하고…."
-중국 일본 등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나라 게임 기술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아요.
그러나 게임은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거든요.
전반적인 문화적 가치도 기술 못지않게 중요해요.
게임을 보다 큰 산업으로 키우고 진정한 게임강국이 되려면 기획,줄거리 등 게임에 내재한 문화적 가치에도 신경을 써야 해요.
인력 불균형이 문제예요.
엔지니어는 차고 넘치는데 게임을 기획하고 구상하는 기획자는 구하기 어려워요.
기술과 문화가 잘 조화를 이뤄야만 게임이 진정한 콘텐츠 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박 대표에 대해 '젊고 예쁜 여성 최고경영자(CEO)'라고들 하던데….
"IT(정보기술)업계 CEO는 대부분 젊죠.CEO가 젊다거나 예쁘다거나 여성이라는 거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를 따라다니는 불필요한 수식어 때문에 컴투스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창업 초기에는 젊은 여사장 밑에서 일하기 꺼리는 풍토 때문에 인력을 모으는 데 애를 먹기도 했죠.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컴투스를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으세요.
"기술 리더십과 브랜드 가치가 결합된 '세계 최고의 모바일게임 회사'가 목표예요.
개인적으로는 모바일게임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어떠한 게임 환경에서든지 좋은 게임을 뚝딱 만들어내는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지요."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한다면….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해요.
머리 속에서 시나리오만 짜지 말고 우선 움직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또 사업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그만두면 안돼요.
제 경험으로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몇 번 찾아오는 것 같아요.
다만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기회인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리지요."
글=김정은/사진=강은구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컴투스는 200개가 넘는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주력 사업은 모바일게임 개발이다.
모바일게임이란 '휴대폰으로 즐기는 게임'을 말한다.
문화관광부가 발간한 '2007년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390억원.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크다.
전체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하지만 성장세는 매우 빠르다.
대학 4학년 때인 1996년 여름 현재의 남편인 남자친구와 함께 컴투스를 창업한 박지영 대표(32).창업 11년(법인 등록 9년) 만에 코스닥 상장을 실현한 박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컴투스 상장이 게임업계에서 단연 화제입니다.
"모바일게임 회사로는 처음 상장했기 때문이겠죠.사실 2003년에 한 번 떨어져 '재수'했어요.
모바일게임 산업에 대한 확신을 수치로 증명해야 했는데 당시에는 시기상조였죠.패인을 분석해 철저히 준비했어요.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는데 '컴투스 상장이 모바일게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해요.
상장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기존 사업계획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다만 우리 회사 덕분에 돈버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최근 온라인게임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캐릭터가 귀여운 온라인 골프게임을 2년 전부터 개발했어요.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컴투스를 알리고 싶어 시작한 거죠.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요즘 모바일게임 회사들이 온라인게임에 관심이 많아요.
이젠 게임 플랫폼(환경)을 모바일게임,온라인게임 식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플랫폼을 넘나드는 시도는 필수가 될 것입니다."
-컴투스에는 '히트작'이나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임이 많은데요.
"세계 최초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모'를 비롯해 다운로드 500만건을 기록한 '미니게임천국' 등 다양한 편이에요.
오랜 기간 모바일게임을 개발한 노하우와 기술력이 쌓인 결과겠죠.기술인력이 전체의 65%로 많은 편입니다.
창업 초기에 합류한 연구개발 인재들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죠."
-이동통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모바일게임에서도 많은 변화가 생기겠죠?
"휴대폰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풀브라우징(휴대폰으로도 유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 PC를 닮은 휴대폰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모바일게임 환경이 많이 달라진 거죠.이동통신사들은 온라인게임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기에 맞춰 정액제도 다양해지겠죠."
-그럼 모바일게임은 어떻게 되나요.
"휴대폰이 통화만 하는 전화기가 아니라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가장 빨리 제공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모바일게임 이용자 비율이 2세대 휴대폰에서는 15%였지만 3세대폰에서는 30%로 뛰었다는 조사가 있어요.
이런 변화는 잘만 활용하면 모바일게임이 더 큰 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국내 시장이 좁지 않나요.
온라인게임처럼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 같은데….
"맞아요.
컴투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중국 베이징에 지사를 개설했어요.
미국 AT&T,유럽 보다폰,중국 차이나모바일,일본 NTT도코모 등 세계 40개 국가의 많은 통신사업자가 컴투스의 고객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게임을 로열티를 받고 공급하기도 하고 다른 회사가 만든 게임을 대신 공급하기도 하죠.그런데 해외 사업에는 변수가 많아요.
국가별,통신사별 휴대폰 성능이 천차만별이라 게임을 일일이 뜯어고쳐 줘야 해요.
국민성에 따라 게임 취향도 다르니 그것도 감안해야 하고…."
-중국 일본 등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리나라 게임 기술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아요.
그러나 게임은 기술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거든요.
전반적인 문화적 가치도 기술 못지않게 중요해요.
게임을 보다 큰 산업으로 키우고 진정한 게임강국이 되려면 기획,줄거리 등 게임에 내재한 문화적 가치에도 신경을 써야 해요.
인력 불균형이 문제예요.
엔지니어는 차고 넘치는데 게임을 기획하고 구상하는 기획자는 구하기 어려워요.
기술과 문화가 잘 조화를 이뤄야만 게임이 진정한 콘텐츠 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박 대표에 대해 '젊고 예쁜 여성 최고경영자(CEO)'라고들 하던데….
"IT(정보기술)업계 CEO는 대부분 젊죠.CEO가 젊다거나 예쁘다거나 여성이라는 거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를 따라다니는 불필요한 수식어 때문에 컴투스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창업 초기에는 젊은 여사장 밑에서 일하기 꺼리는 풍토 때문에 인력을 모으는 데 애를 먹기도 했죠.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컴투스를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으세요.
"기술 리더십과 브랜드 가치가 결합된 '세계 최고의 모바일게임 회사'가 목표예요.
개인적으로는 모바일게임 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어떠한 게임 환경에서든지 좋은 게임을 뚝딱 만들어내는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지요."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한다면….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해요.
머리 속에서 시나리오만 짜지 말고 우선 움직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또 사업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그만두면 안돼요.
제 경험으로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몇 번 찾아오는 것 같아요.
다만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기회인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리지요."
글=김정은/사진=강은구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