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태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갔다. 코스피지수는 10일 80포인트 떨어졌고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원이나 올랐고 5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날 한국은행의 콜금리 전격 인상에 따른 상승분(0.06%포인트)보다 훨씬 큰 폭(0.08%포인트)으로 떨어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파괴력이 국내 외환시장과 자금시장,주식시장의 지형을 모두 바꿔 놓을 만큼 엄청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율 급등 가능성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은 금융시장이다.

지난 2월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 부각 이후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채권시장 등은 때마다 요동쳤다.

'BNP파리바'의 펀드 환매 중단으로 서브프라임 부실 위기가 다시 불거진 10일에는 주가와 환율,금리가 모두 급변동했다.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확산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퍼질수록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돈을 빼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달러화 수요가 많아져 환율이 오른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마저 가속화할 경우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과장은 "서브프라임 부실의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이 940원 선에서 제한되겠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이나 외화대출 상환 등과 맞물릴 경우 960원대로 치솟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근본적으로는 달러 약세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큰 폭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채권 금리는 당분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고채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물경제 피해로 확산 우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융감독원 실무자들이 국내 금융회사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현황을 보고하면서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자 "중앙은행이 움직였다는 것을 너무 쉽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긴급 유동성 자금 지원에 나섰다는 것은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날 콜금리를 전격 인상한 한국은행은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은은 이날 "콜금리가 급변동할 경우 환매조건부 채권(RP) 매입 등의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이는 전날 이성태 한은 총재가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 등이) 상당기간 지속되긴 하겠지만 크게 번지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말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한은의 콜금리 인상 시기가 부적절했던 것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서브프라임 이슈에 대한 많은 논의와 검토가 있었다"며 "금융시장의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은 했지만 이것이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신용 경색이나 경기 둔화로 이어져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의 예상과는 달리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경우 국내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홍콩계 헤지펀드인 심플렉스의 박춘호 한국 대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라 헤지펀드의 위기설이 가시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도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때 통화당국은 콜금리 인상보다는 오히려 유동성을 공급해 완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보다 여건이 나빠질 경우 콜금리를 인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내려야 하는 상황에 한은이 봉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