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가슴이 답답해올 정도로 극한의 도전이지만,도요타는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없다"며 이 같은 생산성 향상 목표를 밝혔었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는 '과연 달성 가능한 목표인가'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큰 폭의 적자를 내던 PDP모듈 사업의 적자폭 축소,자회사인 LG필립스LCD의 생산성 극대화(맥스케파) 프로젝트 등 크고 작은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이 같은 우려는 희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각 계열사와 사업부가 부르게 된 '희망의 노래'를 작곡하고 편곡하는 주인공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LG생산연구원이다. 베일에 가려진 채 'LG웨이'의 로드맵을 만들어가고 있는 연구원을 둘러봤다.
◆생산성 극대화 프로젝트 전담
지난 20년 동안 공정개선,장비개발 등을 통해 LG전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 온 LG생산연구원은 요즘 어느 때보다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휴가가 한창인 8일에도 평택공장 내 생산연구원 실험동은 각종 장비가 돌아가는 소리로 흡사 납품일정을 맞추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산라인을 방불케했다. 4층 높이의 건물을 한층으로 헐어서 사용하고 있는 이 건물에는 실제 장비를 축소해 만든 6m 높이의 기계들이 즐비했고,연구원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비의 가동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LCD패널의 패턴을 만드는 공정을 5개 공정에서 1개 공정으로 줄이는 작업입니다. 초기 투자비와 연간 운영비를 각각 30%,50%씩 줄여줄 겁니다."
연구 기획을 맡고 있는 정호근 부장이 '레이저 다이렉트 패터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장비에 대해 설명했다. LG생산연구원은 이같이 쓸데없는 공정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다.
이상봉 연구원장(부사장)은 "LG필립스LCD가 5.5세대 투자를 과감히 건너 뛰고 8세대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기존 라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해 5.5세대(모니터,노트북용 패널)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생산연구원이 LPL 엔지니어들과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낭비제거 추진사무국 역할도 맡아
LG생산연구원은 다른 회사의 연구개발(R&D) 조직과 달리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각 사업본부로부터 돈을 받고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설립 당시부터 고객(사업본부)의 니즈에 부합하는 연구를 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런 방식을 택했다. 이 부사장은 "처음에는 연구원에서 먼저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게 대부분이었고 채택률도 10%에 불과했지만,이제는 각 사업본부에서 의뢰해 오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도 벅차다"고 말했다. 2003년에 12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프로젝트 규모)이 지난해에는 310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원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남 부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낭비제거'의 추진 사무국 역할도 맡았다. 낭비제거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킬 방법론을 개발하고,전 사업본부에 이를 전파하는 역할이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3년 동안 도요타 생산방식에 버금가는 LG만의 생산방식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며 "도요타웨이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후 LG전자에 맞는 새로운 생산방식을 2009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