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의 SF영화 '디-워'가 당초 기대를 넘어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일 하루 동안에만 전국 79만2195명의 관객을 동원해 개봉 이후 단 4일 만에 누적 관객수 220만437명을 기록했다.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1302만명)을 세운 '괴물'이 유료 전야 시사회(15만1486명)를 포함해 개봉 5일 만에 불러들인 248만190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객석 점유율에서는 전국 530개 스크린에서 시작한 '디-워'가 '괴물'(620개)에 비해 오히려 앞선다.

이 같은 흥행 성적을 놓고 영화 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내달 14일 미국에서 1500∼1700개 스크린으로 대규모 개봉하는 최초의 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뛰어난 컴퓨터 그래픽으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스토리나 구성은 엉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한국영화 흥행 기록 경신에 도전할 만한 무서운 기세다.

네티즌을 포함한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평론가들은 별로라고 했지만 아무 생각없이 몰입해서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도심 전투장면 등의 특수 효과는 정말 할리우드 영화에 못지 않다" 등 영화 자체에 대한 찬사에서부터 "긴 시간 힘든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심형래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충무로의 그 누구도 해내지 못 한 일을 '영구'가 해냈다" 등 심형래 감독에 대한 격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흥행의 원인으로는 우선 '디-워'가 한국 가족 영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이 꼽힌다.

충무로의 기존 가족 영화는 대개 가족애 등을 소재로 감동을 주는데 초점을 맞춰왔을 뿐 가볍게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는 거의 없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할리우드의 B급 가족 코미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작년 한국에서 관객 460만명의 '대박'을 터트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며 "'디-워'는 새로운 타입의 가족 영화라는 '블루 오션'을 개척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디-워'의 개봉 전 예매 성향을 보면 자녀와 함께 볼 것으로 추정되는 30∼40대 남자의 예매율이 70%를 넘었다.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 관객들까지 그런대로 볼만한 특수 효과도 흥행의 요인이 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구현하기 힘든 대낮에 거대한 '이무기'가 도심을 휘젖고,용이 자연스러운 몸놀림으로 승천하는 모습은 '반지의 제왕'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코미디언에서 출발해 '용가리'의 시행 착오를 거쳐 영화감독으로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한 심형래씨의 스토리와 미국 개봉을 앞두고 한국 영화의 자부심을 높여야 한다는 '애국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도 흥행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라면 '디-워'가 1000만명 관객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000만명 이상의 '초대박' 영화에는 일정한 흥행 공식을 적용하기가 어렵지만 통상 총 관객 수는 개봉 첫 주 관객의 3∼4배 정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특수효과에 비해 스토리가 약하기 때문에 초기 관객 수가 중·장기적으로 유지될지가 관건"이라며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데다 스크린 수가 689개까지 늘어났기 때문에 일단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